서울 마포구에 사는 임민희(가명·35)씨는 지난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투표소에 들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가운데 누구를 찍어야 할지 고민하다, 결국 이 후보를 택했다. “이번엔 국민의힘에 압도적인 표차의 패배를 안겨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제3투표소와 서초4동제4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 마포구에 사는 임민희씨는 지난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투표소에 들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가운데 누구를 찍어야 할지 고민하다, 결국 이 후보를 택했다.
“이번엔 국민의힘에 압도적인 표차의 패배를 안겨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 그러면 선거가 끝난 뒤 보수 세력이 또다시 ‘부정 선거론’ 등을 들고나와 흔들려고 들 수 있지 않나.” 서울 동작구 주민인 오수민씨 역시 이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비동의 강간죄 도입 등을 약속한 권영국 후보를 뽑았다. “아무래도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원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표로 보여줘야 그런 말들이 계속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3일 공개된 지상파 3사의 공동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이하 여성에서 이재명 후보는 58.1%로 1위를 차지했다. 이재명 후보는 30대 여성에서도 57.3%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특이할 점도 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같은 출구조사 결과 20대 이하 여성에서 전국 예상 득표율을 훨씬 웃도는 5.9%의 지지를 얻은 것이다. 30대 여성에서도 2.1%를 기록했다. 한겨레는 3~4일 이러한 ‘숫자’에 다 담기지 못한 20~30대 여성·성소수자 유권자들의 표심을 들어봤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광장에 나섰던 여성·성소수자 다수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잇달아 초래한 국민의힘을 제대로 심판해야 한다”는 바람과 “여성이나 성소수자 정책을 유일하게 챙긴 후보에게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이 교차했다고 했다.이효민씨는 큰 망설임 없이 1번을 뽑았다고 했다. 그는 “이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크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국민의힘에서 탄핵당한 대통령이 두 번이나 나왔기 때문에 그 당에서 나온 사람은 절대 뽑지 않겠다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괜히 다른 대선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가 국민의힘 후보가 또 당선되면 12·3 내란 사태 같은 일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더구나 “부모님 세대가 여전히 유튜브 등에 떠도는 음모론을 믿고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니, 차악이더라도 민주당에 힘을 실어 주는 게 지금은 가장 시급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효민씨는 이 후보에게 이런 바람을 전했다. “주변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등 여성·성소수자 이슈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우려가 많은데 그런 데에도 관심을 좀 가져주면 좋겠다.” “광장의 힘으로 연 조기 대선에서 여성 의제가 혐오로 뒤덮인 것 같아 밤에 잠도 오지 않을 정도로 분했다”는 김진아씨는 대선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성소수자 공약을 적극적으로 내건 권영국 후보를 선택했다. 진아씨는 “나와 내 가족, 동료들을 대변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가 누구일까 봤을 때 권 후보가 유일했다. 발전만을 이야기하는 대통령이 아닌, 우리 일상을 바꿀 후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경기 양평군에 사는 20대 여성 직장인 정루하씨도 생애 최초 대통령 선거 투표에서 권영국 후보에게 표를 줬다. 그는 지난 2022년 대선 때도 투표권이 있었지만 투표소에 아예 가지 않았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반여성적 공약을 내놓은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큰 상황에 큰 좌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권영국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대선 후보 티브이 토론에 참여한 이유가 이전 선거에서 정의당이 득표율 3% 이상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접하고서, 투표 기준을 새로 정했다. 루하씨는 “대선 토론을 할 때 여성, 성소수자 등을 이야기하는 진보정당 후보에게도 정치적 공간, 발화권을 줄 수 있는 투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수자들을 대변할 수 있는 ‘마이크’에 투표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 이런 선택을 할 수 있기도 했다”면서도, ‘민주당을 찍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여성·성평등에 대한 인식 부족을 드러내는 발언, 장면들이 계속 누적됐어요. ‘나중에’ 만들겠다던 차별금지법에 대해 이번 티브이 토론에서도 또 확답하지 않았잖아요. 소수자를 위한 정책이나 진보정치가 계속 밀려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이재명 후보를 찍었다고 밝힌 한 30대 여성 유권자는 “찍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권 후보에게 후원금을 보냈다”고 했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는 “지금은 투표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하고 돈은 권영국에게 냈지만, 앞으로 정부 운영에서 이들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않는다면 표 또한 얼마든지 갈 수 있다는 걸 민주당이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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