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ㆍ포’ 떼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합병...불가피한 선택인가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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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부문 매각과 노선·슬롯 반납 등을 하면 단기적으로는 손실이 되겠지만, 합병이 성사되면 양사의 글로벌 네트워크 결합을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충분히 경쟁력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태준 대한항공 전무는 'EC의 화물 부문 매각 요구는 예상 밖이긴 하지만, 법적으로 국내 항공사나 기업에 넘겨야 하므로 국부 유출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화물까지 매각하면 합병을 통한 시너지가 상당부분 사라질 수 있다'며 'EU에 양보하면 남은 미국, 일본도 유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대한항공,주객전도,아시아나항공,기업결합,합병,화물부문 매각,운수권,슬롯 포기,EU,미국,일본,산업은행,국토교통부,조원태,원희룡,대통령실

“대한민국 항공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공적 자금 투입을 최소화해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 2020년 11월 16일 양대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발표된 이후 나온 주요 언급들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같은 해 9월 HDC 현대산업개발로의 인수가 무산된 후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아래에 들어갔다.

앞서 대한항공은 영국의 승인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이 가지고 있는 런던 히스로공항의 주 7회 ‘슬롯’을 영국 항공사인 버진애틀랜틱에 넘기기로 했다. 주요 공항의 슬롯은 항공사의 귀한 자산으로 히스로공항은 특히 슬롯 확보가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부문은 지난해 매출이 3조원으로 작년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차·포를 다 뗄 거면 뭐하러 합병을 하느냐”“껍데기만 남기고 합병할 거냐"는 등의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산업의 재편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변한다. 화물부문 매각과 노선·슬롯 반납 등을 하면 단기적으로는 손실이 되겠지만, 합병이 성사되면 양사의 글로벌 네트워크 결합을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충분히 경쟁력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산업은행도 “합병 작업은 계속 진행돼야 하며 ‘플랜B’는 없다”는 입장이다. 1800%에 육박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과 막대한 금융비용 부담 등을 고려하면 제3의 인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거란 계산도 깔렸다는 해석이다. 일부에선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에 산업은행이 8000억원을 투자한 걸 고려해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 방어만 염두에 두고 합병에 몰두하는 거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대한항공은 “합병 추진은 경영권 방어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한다. 전문가들의 시각도 엇갈린다. 박진서 한국교통연구원 항공교통연구본부장은 “지금 상황이라면 합병의 시너지와 경쟁력이 많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합병 외의 다른 방안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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