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처장 “재판결과·과정에 대한 책임 추궁 안 돼”, 법학 교수도 “이 나라 주인 누군지 고민하길”
천대엽 처장 “재판결과·과정에 대한 책임 추궁 안 돼”, 법학 교수도 “이 나라 주인 누군지 고민하길”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증인들의 출석 요구에 대한 의견서를 손에 들고 발언하고 있다. 2025.5.14 ⓒ뉴스1 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을 대상으로 한 국회 청문회가 열렸지만,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은 물론 비서실장과 재판연구원 등이 모두 불참했다.
이에 더해 국회의 기본적인 자료 제출 요구에도 응하지 않으면서 “대법원은 국민 위에 있나”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4일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었다. 이번 청문회는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전례 없는 속도와 절차로 파기환송한 것을 두고 불거진 사법부의 정치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열린 것이다.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조 대법원장 등 16명의 증인들은 앞서 예고한 대로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참석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조 대법원장 등이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를 들어 보이며 “헌법과 법률을 들먹이며 청문회 불출석을 말하지만, 그 자체가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조 대법원장의 불출석 사유서에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는 헌법 103조,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법원조직법 65조,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8조 등을 언급하며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하는 저로서는 청문회에 출석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 위원장은 “불출석 사유서 내용도 문제지만 형식도 너무 무성의하고 오만하다”며 “보통의 경우 불출석 사유서는 A4용지 2장 안팎을 제출하는데, 대법관들이 마치 짠 듯이 세 줄, 네 줄, 다섯 줄짜리 ‘복붙’이다. 이런 몇 줄짜리 불출석 사유서는 보다보다 처음이다. 세 줄로 쓰기에는 민망했던지 폰트를 늘리고, 자간을 늘려서 억지로 다섯 줄짜리로 만든 대법관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이러니 사법 개혁의 목소리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것”이라며 “그동안 미뤄왔던 대법관 증원을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재판 소원에 관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조희대 특검 법안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다고 생각한다. 법사위원장 임기 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 사법부 스스로 자초한 일이고 자업자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헌법과 법률을 모범적으로 지켜야 할 사법부가 대선에 개입해 국민 참정권을 박탈하려 했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에도 몇 줄짜리 불출석 사유서를 네고 ‘에헴’하고 앉아 있는 오만한 자세가 마치 높은 법대에 앉아 헌법 위에서 국민 위에서 군림하려는 것으로 비춰지지는 않는지 대법원 스스로 깊은 성찰을 하길 바란다”라며 “봇물 터진 사법 개혁에 대한 국민의 명령을 사법부는 결코 막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닫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05.14. ⓒ뉴시스 대법원은 이번 청문회를 위한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제가 요청드린 자료는 합의에 관한 사항도 아니고, 그동안 쭉 답변해 오셨던 자료”라며 “그런데 왜 이렇게 요청을 한 자료를 안 내는 건지, 이렇게 하면 청문회 진행이 쉽지 않고, 대법원은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 질문에 귀를 막겠다는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요구한 자료는 ▲최근 5년간 대법원 A4용지 월별 구입 내역 ▲최근 5년간 대법원 월별 선고 현황 ▲최근 5년간 대법원 선고 재판의 평균 재판기록물 분량 ▲최근 5년간 대법원 선고 판결의 전원합의체 회부일부터 선고일까지의 기간 ▲대법관들에게 재판기록을 전달하는 방법 중 전자문서를 전달하는 통상적인 방법과 이번 이재명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전달한 방법 ▲최근 5년간 대법관실별 PC, 노트북 컴퓨터,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등 전자기록장치 등 신설, 수리, 교체 대상 ▲대법관들의 로그 기록 등 기본적인 자료들이다. 박 의원은 “대법원 판결 당시 대법원은 전자문서로 보셨다고 하셨다가, 그 전자문서화가 10월부터 시작돼 전자문서로 다 본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럼 종이나 문서로 보셨다면 6만 8페이지를 다 복사했을 텐데, A4용지를 얼마나 구매했는지 구입 내역을 요청드린 것”이라며 “그런데 답변 내용은 법원조직법 65조, 국정감사법 8조 이렇게 얘기하면서 낼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법안 심의 때만 참석하기로 한 천대엽 법원행정처 처장은 ‘사법부 독립’을 거듭 이유로 들었다. 천 처장은 “헌법도 재판 결과와 재판 과정에 대해 수사나 조사 등의 책임 추궁을 당하는 건 허용하지 않는 취지라고 생각한다”며 “저희 입장에서는 헌법과 법원조직법이 보장하는 합의 과정 비공개와 법관의 재판 독립에 따라, 수사와 조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라 불출석과 마찬가지로 청문회 관련 자료는 내기 힘들겠다는 입장을 숙고 끝에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청문회와 별도로 의안 자료로 요청하면 통상적으로 해 왔던 대로 검토해서 제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정 위원장은 “천 처장이 위법한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며 “국회증언감정법 2조에는 ‘국회에서 안건심의 또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와 관련해 보고와 서류 및 해당 기관이 보유한 사진, 영상물의 제출 요구를 받거나 증인·참고인으로서 출석이나 감정의 요구를 받은 때에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법률에도 불구하고 누구든지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에는 대법관은 예외라는 조항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 위원장은 “ 이 법들은 위헌이라는 말인가”라며 “대법관은 공무원 아닌가. 국가기관 아닌가. 초헌법적 기관인가. 그렇게 특권 의식을 갖고 국회 위에 있는 것처럼, 국민 위에, 헌법 위에 있는 것처럼 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서 교수는 우선 대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대선을 앞두고 특정 유력 대선후보의 자격을 박탈함으로써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하려는 의도 하에서 진행된 재판이라고 생각한다”며 “대법원이 명백하게 정치 행위를 한 것이고, 특정 후보의 낙선 목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민주공화국에서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대법원도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이 국민 위에 서서 국민 주권을 제약하고 스스로 국민을 대신해서 국민 주권을 행사하려는 게 아닌지 굉장히 오만한 자세로 판단한다”고 말했다.서 교수는 대법관들의 청문회 불참을 두고도 “일반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면 당연히 이 자리에 나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끔 설명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하는데 이걸 회피하는 게 유감스럽다”며 “이번 기회에 대법원이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인지, 법대 위에 앉은 판사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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