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방 안에서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는 박미소 기자의 글을 읽으며, 남 일 같지 않았다. 📝 차형석 편집국장의 편지
장롱 위로 올렸다. 어디로 대피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물이 빠진 뒤 방 안의 모습은 처참했다. 온통 진흙투성이였다. 벽지를 다 뜯어내고 여름을 보냈다. 물 먹은 벽에서 습기가 빠지도록. 그 여름 내내 벽에 핀 곰팡이가 선명했다. 일흔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방 안에서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는 박미소 기자의 글을 읽으며, 남 일 같지 않았다.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소식은 더 기가 막힌다. 기적을 바랐지만, 결국 아까운 생명이 스러졌다. ‘홍수경보’를 했다는데, 왜 지하차도 통행을 막지 않았을까.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청 등 관리 책임이 있을 만한 기관들은 변명만 하고 있다. 경북 예천에서 구명조끼도 없이 수색 작업을 하다 채수근 해병대원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에 할 말을 잃는다. 현직 소방관인 그의 아버지는 이렇게 절규했다고 한다. “구명조끼, 그게 그렇게 비쌉니까.” 지난해 8월8일에는 서울에 큰비가 왔다.
그때도 위기 시 비상 대응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해서 비판이 많았다. 연이은 수해에 정부는 더더욱 긴장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들리는 말은 기가 막힌다. 해외 순방 도중 수해 소식을 듣고도 우크라이나로 간 것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다 치자. 귀국 후에 윤석열 대통령은 7월18일 국무회의에서 “이권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을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투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민간단체 보조금 폐지와 수해 복구 지원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의아하다. 보조금을 없애고 그 돈을 수해 복구 재원으로 쓰는 게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리투아니아 방문 중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숍 방문을 두고 ‘호객 행위’ 때문에 들어갔다느니, ‘하나의 외교라고 판단한다’느니 하는 여권의 ‘쉴드’성 발언에 헛웃음이 나오는데 여기에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타령까지. 그해 여름의 곰팡이처럼, 한숨이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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