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연일 종횡무진 활동하며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후부터 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연일 종횡무진 활동하며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직후부터 최근까지 정치·외교·행정 분야는 물론 경제·사회·문화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이슈에 관여하고 있다. 매일 매일 다른 주제로 언론에 노출되다 보니 대통령실에서는 ‘1일 1식 강훈식’이라는 조어까지 나온다. 강 실장은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에티하드항공편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로 출국한다.
지난달 폴란드·루마니아·노르웨이 등 유럽 일대를 방문할 때 달았던 ‘전략경제협력 특사’ 타이틀을 다시 붙이고 떠나는 출국이다. 이번 출장에서는 UAE와 방위산업 협력뿐 아니라 인공지능, 첨단제조업, K-컬처·푸드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특히 강 실장의 이번 출장에서는 UAE 공군의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도입이 집중적으로 협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4월 UAE 공군대표단은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 본사를 방문해 KF-21 생산시설을 둘러보기도 했다.강 실장의 최근 ‘1일 1식’ 행보는 특히 경주 APEC 정상회의 직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장관급 인사 발표 때를 제외하면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던 강 실장은 지난 3일 예정에 없던 공개 브리핑을 자청하며 모습을 나타냈다.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넣지 말아달라.” 재판중지법 추진 여부로 갈팡질팡했던 여당을 향한 ‘경고’로 해석됐다. 강 실장은 5일에는 APEC과 잇따른 정상회담 등 격무 이후 몸살로 휴가를 쓴 이 대통령을 대신했다. 그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소방공무원 초청 오찬 행사를 주재하며 “여러분이야말로 진정한 국민 영웅”이라며 이들을 격려했다.국회 국정감사장에 선 6일에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강 실장은 야당의 공격이 집중된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거론하며 “그 비서관을 불러 주의를 주고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비서실 공식 넘버 1’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일요일인 9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경제 문제도 언급했다. 강 실장은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한 다양한 의견에 당·정·대가 화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10일에도 바빴다. 강 실장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참모들에게 지방공항 수익성 개선 방안, 고속도로 휴게소 개선 방안, 농민 산재 문제 해결 등 깨알 같은 주문을 했다. 오후에는 더불어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이 열린 경기 광주 곤지암리조트를 찾아 “우리는 하나일 때 가장 강하다”는 메시지가 담긴 이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했다.12일 오후 그는 또다시 대통령실 브리핑룸을 찾았다. 지난 100여일 운영한 ‘공직사회 활력 제고 태스크포스’의 활동 성과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였는데, 전 부처 공무원을 청중으로 “정책감사 폐지를 제도화하고, 직권남용죄 수사도 최소화하겠다”고 역설했다.강 실장은 최근 페이스북과 엑스 등 SNS를 통해 본인의 학창 시절을 회상하며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을 격려하거나 ‘롤드컵’에서 우승한 T1의 페이커 선수를 향해 “경이감을 느낀다”고 남겼다. 광폭 행보 중인 강 실장의 정치적 진로는 두 방향이다. 내년 지방선거에 나서느냐, 비서실장으로 남느냐가 큰 줄기다. 지방선거에 나선다면 충남 아산을에서 3선 의원을 지낸 경력을 바탕으로 충남지사에 나가느냐,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에 도전하느냐가 관심이다. 어느 쪽이든 만만치 않은 곳이기에 강 실장의 인지도를 높이고 이미지를 국정 성과와 연동짓기 위해서는 여론의 주목을 받을 설정이 필요하다. 최근 ‘1일 1식’ 행보의 배경에 지방선거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정권 초반 강 실장이 비서실장직을 그만두고 선거전에 뛰어들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과 강 실장의 케미가 얼마나 잘 맞는지 가까이서 본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를 것”이라며 “강 실장이 대통령실 참모들 회의에서 했던 말을 이 대통령이 그대로 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실에서 빠져나올 사람들의 규모가 상당할 텐데, 중심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국정 전체를 아우르고 조율하는 대통령비서실장직의 정치적 무게는 광역단체장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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