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군’ 말고 ‘국방장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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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군 부대가 아니다. 교육부, 법무부처럼 중앙정부 부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국방부를 군 부대로 착각한다. 수십년간 장군 출신들이 국방장관을 맡아왔고, 국방부 고위 공무원단에 속하는 국장급 이상의 주요 직위 상당수를 현역 또는 예비역 장군들이 맡고 있기 때문

윤석열 대통령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함께 1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군을 사열하며 손인사를 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국방부를 군 부대로 착각한다. 수십년간 장군 출신들이 국방장관을 맡아왔고, 국방부 고위 공무원단에 속하는 국장급 이상의 주요 직위 상당수를 현역 또는 예비역 장군들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국방장관을 보면, 대부분 합참의장, 각군 참모총장 등을 지낸 예비역 장군들이다. 김용현 전 장관도 육군사관학교 38기로 육군 중장 출신이다. 역대 국방장관 중에는 ‘장관’이 아니라 ‘장군’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 장군 출신 국방장관이 세부적 군사 작전까지 깨알처럼 간섭해 합동참모의장 역할이 위축되는 부작용도 생겼다. 2000년 이후 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뿌리내려 더이상 쿠데타가 없는 시대가 확립됐다고 여겨졌지만, 지난해 12월 내란 사태로 이 믿음이 산산조각이 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친위 쿠데타를 꾸미고 김용현 당시 국방장관이 내란 실행을 주도했다. 쿠데타 재발을 막고 민주헌정질서를 지키려면 ‘문민통제의 제도적 장치’로서 국방부와 국방장관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구체적으로 국민이 선출한 정치 권력과 민간 관료가 안보 정책을 주도하고 안보 전문가 집단인 군은 군사작전으로 이를 뒷받침한다.국군조직법에는 “국방장관이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군사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고 합동참모의장과 각군 참모총장을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한국군의 지휘체계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문민 대통령이 국민을 대표하여 국군을 통수하되 국방장관을 통해 군을 지휘통제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국방부를 창설한 것은 제2차 대전이 끝난 뒤다. 세계 각국은 제2차 대전 때까지는 국방부란 조직이 없었고, 군 통수권자이 직접 군을 통솔해 전쟁을 치뤘다. 미국은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육군을 관할하는 전쟁부와 해군부 사이의 경쟁과 알력, 상충하는 정책들 때문에 효율적이며 통합적인 전쟁 수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은 1947년 연방군사편제부를 만들었고, 1949년 8월 이 기구를 행정 부처인 국방부로 전환하고 국방장관을 수장으로 삼았다. 이어 육군부, 해군부, 공군부의 지위를 기존 행정 부처에서 군 부처로 격하시키고 국방 장관의 지휘와 통제 아래 둔다고 규정했다. 2차 대전 이후 각국이 국방부를 새로 만든 배경에는 군 통수권자가 군을 직접 통솔하지 않고 행정부를 통해 군을 지휘·통제·감독하겠다는 구상이 자리잡고 있다. 국방부가 존재하고 국방부 장관에 의해 군이 관리된다는 것은 군이 내각 밑으로 들어와 있다는 뜻이다.군에 대한 통수권자 일인지배하에서 군은 폭정의 도구 또는 폭군의 계승자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 2차대전 때 나치 독일과 일본 군국주의 경우처럼 군이 통수권자 한사람의 통제만 받고 행정부의 통제를 벗어날 경우 국방전략, 예산 배분과 전력 운용·유지 등 군사문제 전반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결국 군이 민주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정치적 도구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진다. 유럽에서는 여성 국방장관도 드물지 않다. 지난 1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국방장관 회의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회의 참석자 가운데 7명이 여성이다. 나토 누리집이다. 국방부는 ‘전투력 유지’와 ‘문민 통제’란 두 가지 사명을 추구한다. 국방장관은 군에 대한 민주적 통제로 대한민국의 민주헌정질서를 수호하는게 본질적 책무 가운데 하나다. 이 책무를 수행하는데는 12·3 내란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육군사관학교 나온 장군 출신보다는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이 더 적합하다. 국내에서 문민 국방장관은 남북이 대치한 분단 현실에서 시기상조이거나 비현실적인 주장 같은 취급을 받지만, 선진국에선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지난 2020년 12월10일치 미국 뉴욕타임스를 보면,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50년간 세계 민주국가 가운데 군 출신을 국방장관으로 임용한 나라는 10%에 불과했다. 참여정부 때는 민간인을 국방장관에 임명하려다 북한 핵실험 등을 이유로 무산됐고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 문민 국방장관 임명을 추진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냈지만 불발됐다.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은 분단 현실에서 요원할 것 같지만 이승만·장면 정부 때는 이미 민간인이 5차례 국방장관을 역임했다. 2대 국방장관 신성모, 3대 이기붕, 6대 김용우, 9·11대 현석호, 10대 권중돈 등 5명이다. 특히 한국전쟁 때인 1950년 6월부터 1952년 3월까지 민간인 국방장관 2명이 전쟁을 치렀다. 군인 출신들이 국방장관을 도맡은 건 1961년 5·16 쿠데타 이후였다. 12·3 내란사태는 문민통제, 선출된 문민 지도자와 군을 연결하는 국방부와 국방장관의 임무와 역할을 다시 부각시켰다. 앞으로 대선 과정에서 문민통제와 문민 국방장관 임명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민주헌정질서를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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