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카세트 테이프와 20년 만에 산 워크맨 나만의덕질 중고카세트테이프 워크맨으로음악듣기 이가은 기자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했다. 앨범이 버전이 있어? 그렇다고 했다. 앨범 커버의 컬러가 다르고 디테일이 다르다고 했다. 앨범 3개나 혹은 다섯 개가 들어있는 세트로 판매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 안에는 멤버들의 랜덤 포토카드가 들어있다."아니 그게 말이 돼? 앨범은 들으려고 사는 거지, 듣지도 못하는데 그걸 왜 사는 거야? 심지어 음악 듣는 앱도 구독하는데?"앨범뿐만이 아니다. 아이돌을 응원하는 응원봉은 기본이고, 연초에는 아이돌 멤버의 사진이 담긴 캘린더와 사진집이 들어있는 시즌 그리팅이, 그리고 멤버의 생일에는 생일 굿즈가 출시된다.
어느새 책장 한 켠이 아이돌의 앨범과 굿즈와 사진으로 가득 찼다. 순간, 인터넷 서점에서 주는 굿즈가 너무 탐 나서 필요 이상의 책을 사는 나를 이해할 수 없다던 친정엄마의 말이 확 이해 되었다.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놀란 것이 하나 있다. 피아노는 다장조부터 시작하는데 바이올린은 가장조부터 배운다. 어릴 때 피아노부터 배워서 다장조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샵과 플랫이 많은 악보를 보면 '아 나는 연주 못해' 하며 지레 겁부터 먹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바이올린은 샵이 세 개나 붙은 악보를 먼저 연주하다니. 그게 기초라니.'내 판단 대로 아이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자. 앨범에는 앨범이지.'
구매하고 이틀 뒤에 테이프가 도착했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워크맨에 배터리를 넣고 테이프를 넣었는데 테이프가 돌아가질 않았다. 아무래도 너무 오래되어서 고장이 난 듯했다. 혹시나 해서 검색해 보니 아직도 워크맨을 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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