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의 씨네만세' 1017회에서 이어서 (관련기사 : 존엄 빼앗기거나 공존하거나... AI 활용에 창작자들이 답했다 https://omn.kr/2d8of ) 창작의 달이다. 22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26일은 유엔 산하 세계지식재산권기구가 공표한 '세계 지식재산권의 날'이다. 창작자들의 작품을 보호하고 그...
창작의 달이다. 22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26일은 유엔 산하 세계지식재산권기구가 공표한 '세계 지식재산권의 날'이다. 창작자들의 작품을 보호하고 그로부터 더욱 양질의 창작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을 이 주간 돌아보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더 나은 창작의 장을 만드는 일보다 창작자와 관련 산업의 부를 지키는 수단으로만 오용되고 있다는 비판에도, 저작권과 지식재산권의 역할은 여전히 확고하다.
직전 '씨네만세'에서 언급했듯 오늘의 창작자, 특히 애니메이션 업계 구성원들은 일대 변혁과 마주해 있다. DALL·E와 같은 이미지변환모델이 불과 몇 초 만에 사람이 공들여 그릴 법한 이미지를 뚝딱 생성해 낸다. 이미지가 영상으로, 한 편의 애니로 이어 붙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생 그림이라곤 그려본 적 없는 이가 애니 한편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그리 멀지 않았다. 이야기며 기술적 완성도를 차치하면 이미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디 개인만일까. 보이지 않는 손은 애덤 스미스 사후에도 멈추는 법이 없었다. 업체 및 제작자들은 이미지 변환모델을 비용절감과 경쟁력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적극 실험하고 있다. 그는 곧 특정 직역의 위기, 심지어는 멸종에 가까운 타격을 의미할 수 있다."테스트를 할 생각이 있다. 프로듀서의 입장에선 새로운 기회가 된다. 기존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에서 컴퓨터를 활용한 작품이 등장하고, 2d에서 3d가 등장한 것처럼 수요가 달라지겠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를 듯하다. 다만 AI 등장으로 업체가 외주 단가 등을 낮게 하리라 생각이 들고, 경쟁이 더 치열해진단 측면에선 어려움이 예상된다." -김광회, ·· 등 프로듀서 김 프로듀서의 말대로 특정 직역에서 단가가 낮아지는 등 부정적 변화가 시작됐다. 누군가에겐 기회인 것이 다른 누군가에겐 생존에의 위기로 다가온다는 지적이 거듭된다. 제작자와 일선 감독, 또 작화가며 배경 작업을 맡는 스태프의 입장이 서로 다를 수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힘든 이유는 결국 시나리오라고 본다. AI 기술의 발전이 젊은 독립애니 감독에게 희망이 보이는 변화인 이유다. 다만 당장 배경스태프부터는 줄어들 게 분명하다." -오성윤, · 감독 "게임산업을 예로 들면, 생성형AI가 게임 업계 내에서 상용화되면서 캐릭터, 배경, UI를 맡는 디자이너들이 가장 먼저 구조조정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프로덕션 내에서도 디자인, 미술 영역의 신입직원을 채용할 필요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창작자의 수준에 따라서 생성형AI 기술을 통한 생산성과 완성도 향상이 10배 이상 나고, 창작자의 기초 능력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즉 뛰어난 재능과 AI기술을 겸비한 한 사람이 열 명 이상의 역할을 해버리고 그 부가가치를 독점하는 현상이 모든 분야에서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조경훈, 스튜디오 애니멀 대표 "기술 발전이 시대적 흐름이라 감수할 밖에 없단 걸 알고는 있다. 기술이 저예산 애니메이션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디자인 콘셉트 작업하는 친구들의 경우엔 눈앞의 일이 줄어들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홍대영, 감독 "적당한 퀄리티의 애니메이션이나 영상물을 클라이언트 선에서 직접 제작하는 것이 비용이나 효율 면에서 우수하다고 판단되면 영상제작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입지가 줄어들 거다. 촬영 장비를 포함해 AI가 대체할 수 있는 다방면의 기술발전 속도도 현저하게 저하될 수 있다." -임수인, 코인러시스튜디오 비디오디렉터 "아직 작업에서 AI를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3D 애니 쪽에선 이미 리깅같은 작업들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시나리오나 컨셉아트 등 최종 결과물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영역들이 잠식당한 상태다. 사람이 아직 일을 할 수 있는 건 기계를 만드는 비용보다 인건비가 싸기 때문이란 말이 있다. 이 말에 동의하면서도 참 싫어한다. AI 유행 초반부터 단계적으로 지금과 같은 상황을 억제했어야 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실패한 걸로 보인다. 지금부터라도 업계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을 고민하고 도전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성환, · 감독"AI모델의 '자가포식', '장기적인 퀄리티 열화'에 대한 걱정이 있다.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생성'을 포함해 인터넷에 많은 생성형 이미지가 쌓이고 있다. 지금의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맥락을 유추하고 분석해 모사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데, 지나치게 카테고리화 되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미지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에서도 개인적으로 느끼고 있는 위협인데, 단순한 '구글 검색'만으로는 이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지고 있고, 의존도가 높아지며 역설적으로 AI를 더 믿지 못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 3년 이내로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베이스를 추가하거나 관리하는 데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 이혜정, 감독, 프리랜서 모션디자이너 활동현직 애니 업계 종사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역시 법적 권리에 대한 측면이다. 오픈AI가 DALL·E로 하여금 개별 작가의 선명한 작업적 특징대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스튜디오 단위의 광범위한 화풍 모방은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브리와 심슨 풍으로 생성된 이미지에서 보듯이 개별 작가의 특징을 모방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지브리스튜디오의 동의 없이 DALL·E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챗GPT 이용자가 지브리의 자산을 마음대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보는 편이 합당하다. 현실적으로 기술 이해도 및 정보 접근성에서 취약한 창작자가 오픈AI와 같은 업체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언론사, 'AP통신', 악셀 스프링거 산하 미디어, '워싱턴 포스트' 등 160개 매체가 오픈AI와 제휴를 맺기를 선택한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풀이된다. '뉴욕 타임스'처럼 법적 대응에 나선 매체는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지브리는커녕, 소규모 애니 제작업체와 일선 창작자들의 사정이 이보다 낫기를 바라기란 어렵다. 제도적 장치 마련을 바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자연스럽다. "애니메이션이 대중적으로 활용되고 사랑받는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일이겠지만 저작권 침해의 측면에서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분명히 침해되고 상당 부분이 대체되리라 생각한다. 완전히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겠지만 저작권과 관련된 부분은 제도적으로 제재가 필요하다." -강문주, 선우앤컴퍼니 대표,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부회장 "인간이 스타일을 개발하는 데 자원이 소모되는 만큼, 다른 주체가 만든 스타일을 서비스해 이득을 얻는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원작자에게 대가가 없다면 창작의 동력이 떨어지고 인공지능이 학습할 원천 자체가 고갈될 게 아닌가. 저작권과 디자인보호법과 같이 법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이경화, 감독 "모호한 기준은 본질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시대와 기술이 급격히 변하는 지점마다 법이 새로 규정되어 왔다. 따라서 AI에 관한 저작권이 새로 규정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고동환, 감독현실은 이들의 기대와는 딴판이다. 지난 '씨네만세'에서 다뤘듯, 기존의 법과 제도는 미국 업체가 개발한 AI가 특정 작품의 스타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사실상 무방비다. 새로 등장한 기술과 현상에 법이론조차 정비돼 있지 않다. 가히 전 세계적 변화 가운데, 그것도 미국 핵심 산업의 기수격인 업체에 대하여 파격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이 같은 고민이 업계 종사자들에게서 고스란히 묻어져 나온다 "인공지능의 학습 데이터가 불투명하고 소수 기업에 정보가 집중되는 것,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차별화되는 것, 정보가 이전보다 권력화 되고 있는 것, 모델의 기본 사고 언어가 '영어'라 언어가 다른 국가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질에 큰 차이가 있는 문제, 환경문제까지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전히 고민 중이지만 어렵다." -이혜정 감독 "지금도 누군가의 작업물을 베끼는 사람은 흔하게 있다. 그러나 AI의 결과물은 압도적으로 많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저작권에 대한 강한 제재가 필요했지만 이미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막을 방법은 없다고 본다." -이성환 감독 "기술 발전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흐름에 같이 반응하고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만 보호 제도를 만든다면 세계적 흐름에 뒤처질 여지도 있다. 미국과 유럽의 보호제도 흐름을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장형윤, · 감독"생성형AI 기술은 현재 특정 저작권이 있는 이미지가 AI모델 학습에 활용되었다는 걸 기술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 증명할 수 없는 영역을 법적으로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구 온난화처럼 어쩔 수 없는 전지구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이 조건 내에서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조경훈 대표 세계지식재산권기구는 '공동의 미래를 구축'하는 걸 제 근본적 지향이자 핵심목표 중 하나라 공표해 왔다. 인류가 합의한 공동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하여 창작물을 보호할 필요가 있음을 명확히 했다. 26일 세계 지식재산권의 날은 그 이념을 공유하고 확산키 위한 날로, 기구는 올해 중점 논의 부문인 음악 분야에서 생성형AI의 활용과 규제, 공존과 관련한 폭넓은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비단 음악뿐 아니라 영화와 문학, 미술 등 다양한 분야 관계자들이 이목을 집중하는 건 생성형AI가 각 분야에 미치고 있는 영향이 매우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때문이다. 모든 분야에서 창작의 본질과 인간의 역량은 시험대에 올랐다. 소비자가 AI가 만든 창작물을 소비하지 않고 인간의 것을 원하리라는 믿음이 지브리 사태로 일거에 깨어져 나갔다. AI가 인간의 역량을 완전히 초월할 그날에도 인간 창작자의 자리는 있을 것인가. 100년, 10년, 아니 당장 내년까지도 인간만의 특별함은 남아 있을 것인가. 이 글을 읽는 당신께서 창작자가 아닌 그저 수용자인 독자라 해도, 나는 부디 이를 고민해 주시길 청한다. AI가 모든 부문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시대가 도래한대도 인간에게 존엄이 남을 수 있다면, 바로 그와 같은 태도 안에 자리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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