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대를 닮은 신촌의 침체... 다시 살아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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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대를 닮은 신촌의 침체... 다시 살아나려면 신촌_대학가 대중문화 X세대_N세대_MZ세대 1970년대_청년문화 1980년대_민중문화 이영천 기자

도시 공간끼리도 경쟁이 있을까. 그렇다면 신촌은 분명 패배자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말이 알려지기도 전에 먼저 그 철퇴를 맞았다. 인근 홍대와 연남동에 모든 매력을 넘겨주고 말았다. 앗긴 명성을 좀처럼 되찾아오지 못한 시간이 벌써 수십 년이다.

기존 도심과 용산을 제외하고, 편입지역의 권역별 용도지역을 철도와 전차선 따라 정한다. 이 중 대현지구는 주거와 공업 혼용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이었다. 대현지구는 1937년 결정 고시를 거쳐 2년 후 착공, 1942년 완공한다.신촌이 대학촌으로 변모한 건 해방 후다. 홍익대가 1955년 상수동에 캠퍼스를 짓고 이전해 온다. 가톨릭 예수회가 1960년 캠퍼스를 마련하여 설립한 대학이 서강대다. 1957년 연희전문학교에서 승격한 연희대와 세브란스병원이 통합하여 연세대가 되고, 이듬해 병원 건립에 착공하여 1962년 의학부가 신촌으로 이전해 온다. 이로써 신촌 대학가가 본모습을 갖추게 된다.1970년대 '청년문화'가 탄생한다. 대중문화의 한 갈래로 일제 잔재에 신음하던 기성세대에 반발한 하위문화다. 대안문화로 성장하지 못한 통기타와 청바지, 장발과 생맥주로 표출된 대학생 문화였다. 낭만적 엘리트인 대학생의 서구 지향과 동경이라는 한계가 여실했다. 그 중심에 신촌이 있었다.

이에 탄생한 민중문화가 지배권력에 저항하는 대항문화로 자리매김한다. 영역은 다양했다. 판화와 만화, 걸개그림과 민중가요, 굿거리와 마당극, 탈춤과 사물놀이 등 전통까지 계승한 형태였다. 그 중심에 역시 신촌이 있었다.1980년대 신촌은 부풀 만큼 부풀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획일화한 1970년대와는 확연히 달랐다. 드나드는 곳만으로 그 사람 성향이 드러날 정도였다. 민중문화를 주류에 두고, 소집단으로 나뉘었을망정 다양한 대중문화를 품고 있었다. 민속주점이 시대를 풍미한다. 크고 작은 서점이 곳곳에 포진하고, 신촌시장에서 태어났음 직한 오래된 대폿집들도 성시를 이룬다. 나이트클럽에 몸을 맡기던 청년들이 로터리 주변 대형 백화점에서 눈요기하기 바빴다.1990년대 초반 이른바 X세대가 등장한다. 이들의 출현은 그야말로 갑작스러웠다. 맛집과 패션, 음악, 스포츠를 공유하고 힙합 바지에 햄버거와 피자를 즐기며 PC와 매우 친근했다. 인종과 국가, 종교와 이념에도 그리 얽매이지 않는다.미국 힙합이 기저에 깔려있다.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내기보다 받아들여 즐기기에 여념 없다.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기 바쁘다. 비판과 대안 제시가 사라졌다. 이런 경향성이 아직도 우리 대중문화 저변을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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