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50대 김진수(가명)씨는 의사소통이 어렵고 거동도 불편해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최중증 발달장애인이다. 이런 진수씨를 돌보는
노인 돌봄을 받아야 하는 나이에 장애인 아들을 챙기느라 어머니는 몸이 성한 곳이 하나도 없다. 몇 달 전에는 교통사고까지 당해 건강이 크게 악화됐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니가 입원 치료를 받는 동안 보호시설에서 지낸 진수씨는 불안 증상이 심해져 기저귀까지 착용하게 됐다.서울시의 ‘24시간 일대일 지원’ 목표 정원은 30명이지만 현재 서비스를 받고 있는 인원은 16명에 불과하다.
진수씨 모자보다 오래 기다린 대기자가 10명이 넘는다. 예산은 있는데도 기관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관계자는 “다른 지역 엄마들까지 발벗고 나서 순번을 앞당길 방법을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저마다 사정이 절박한 데다 형평성 문제도 있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며 “모자가 혹여 나쁜 마음이라도 먹을까 봐 조마조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주민센터와 구청이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 진수씨 모자를 돕고 있다고 한다.정부는 최중증 발달장애인 가정의 어려움을 해소하려 지난해 일대일 돌봄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현재 서비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경기 수원시 ‘경기도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센터’에서 최중증 발달장애인 이용자들이 낮 활동인 놀이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경기도최중증발달장애인통합돌봄센터 제공과중한 돌봄 부담으로 부모가 발달장애인 자녀를 살해한 뒤 자살하는 등 발달장애인 가족의 비극이 잇따르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11일부터 순차적으로 전국 17개 시도에서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장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데도 자해나 타해 같은 ‘도전행동’이 심한 탓에 일반시설 이용이 어렵고 장애인활동지원사들도 기피해 거의 온전히 가족 돌봄에 의존해야 하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일대일 맞춤 돌봄이 기본으로 설계돼 있다. 장애 정도에 따라, 주 5일간 센터에서 생활하고 주말에는 귀가하는 ‘24시간 일대일 지원’,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제공되는 ‘주간 개별 일대일 지원’, 다른 그룹형 발달장애인 돌봄 서비스에 참여하되 전담 인력이 추가 배치되는 ‘주간 그룹 일대일 지원’ 등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나뉜다.하지만 진수씨처럼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고도 기약 없이 차례를 기다리거나, 센터에 자리가 남는데도 대상자를 선발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 서비스 제공기관과 돌봄 종사자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대상자를 더 받고 싶어도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26일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예산에 반영한 지원 목표 정원은 ‘24시간 일대일’ 340명, ‘주간 개별’ 500명, ‘주간 그룹’ 1,500명 등 총 2,340명이지만, 8월 말까지 제공기관 지정이 완료돼 공간이 확보된 정원은 각각 256명, 408명, 1,085명으로 총 1,749명에 그친다.책정된 예산을 다 쓰기도 어려울 정도로 공급이 부진 하다. 다만 복지부는 도전행동이 심한 발달장애인을 중심으로 일단 4,800명을 초기 사업 대상으로 설정했다. 전체 예산은 올해 842억 원, 내년 890억 원이다.는 남편과 함께 아들을 돌본다. 아들이 성인이 된 후로는 혼자 힘으로는 아들을 감당하기 어려워 남편까지 회사를 그만뒀다. 아들은 잠시만 떨어져 있어도 타인을 때리고 물건을 집어던지는 도전행동을 보인다.방문 조사를 나온 관계자들이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2년 이상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서비스 제공이 원활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종사자 인력난이다. 업무 난도가 높고 전문성이 필요해 제공기관들이 사업에 진입하는 데도 현실적 장벽이 있지만, 수탁을 한 뒤에도을 겪고 있다. 8월 말 기준 전국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서비스 종사자는 1,333명에 불과하다. 제공기관들은 “직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고충을 토로한다.”며 “사회복지 전공자들 사이에서 장애인 복지는 기피하는 추세인 데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은 일이 힘들다는 인식 때문에 사람을 구하기가 더 힘들다”고 말했다. 우선은 발달장애인의 도전행동을 감당할 인력이 드물다. 종사자가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발달장애인이 타인이나 자신을 해칠 수 있는데, 사전에 이를 훈련으로 완화하고 적절히 대처하는 법을 교육받은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종사자들은 언제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몰라, 끼니도 제때 못 챙기고 화장실도 마음 편히 다녀오지 못한다. 사명감과 보람만 갖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며 “발달장애인한테 맞아서 안경이 날아가거나 멍 들고 상처 나는 일은 다반사”라고 토로했다. 20대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어머니는 “격투기 선수용 보호 헬멧을 쓰고 일하는 선생님도 있었다”며 “한 선생님은 코뼈가 부러져 치료를 받은 뒤 트라우마가 생겨 결국 센터를 떠났다”고 말했다.최중증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가정의 집 안과 차량의 모습. 곳곳이 떨어져 나가 청테이프로 보수했다. 김미옥 전북대 교수가 발표한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서비스 1년' 연구 보고서 갈무리. 발달장애인 성별을 보면 남성이 63.3%, 여성이 36.7%로 남성이 1.7배 더 많다. 더구나 발달장애인은 도전행동을 완화하기 위해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부작용으로 살이 찐다. 하지만 사회복지사 대다수는 여성이다. 발달장애인이 건장한 성인이라면 신체 조건상 도전행동을 제어하거나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 정부가 돌봄 업무 수행 중 발생하는 상해나 배상 책임을 보장하는 종합공제도 운영하고 있지만, 소액 사고에 대해선 보장성이 낮다는 비판이 많다.하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는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는데, 경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10년차 미만은 기본급이 월 300만 원도 안 된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서비스 종사자도 동일한 가이드라인을 적용받는다. 더 힘든 일을 하지만 받는 돈은 똑같으니, 이미 일하던 사람들도 빠져나간다. 복지부가고용 형태도 문제다. ‘24시간 일대일’과 ‘주간 개별’은 서비스 제공 기간이 최대 5년이라 종사자들도 대부분 계약직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던기본적으로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서비스는 인력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기는 하다. 이용자가 10명이면 종사자도 10명 있어야 한다. 특히 ‘24시간 일대일’은 종사자 1인당 8시간 근무 기준으로 24시간에 3명이 필요하다. 행정 인력까지 고려해 이용자 1인당 필요 인력을 3.5명으로 계산한다. 제공기관 한 곳에서 이용자 4명을 수용한다면 종사자가 최소 14명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제도 설계상 인력 운용에 따라 정책 성패가 갈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이 나온다. 우수 인력이 들어와야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제도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프라 지원도 강화돼야 한다. 서울 같은 경우 비싼 주거 물가에 야간 돌봄이 가능한 거주형 시설을 구하기 어려워 이중고를 겪는다. 주택 임대차 계약 직전, 이웃 주민들이 거세게 반대해 계약이 무산된 적도 있다. 서울시 장애인복지과 담당자는 “기관들의 사업 참여를 독려하고 재정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년부터 기관당 2억3,000만 원 전세자금 대출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는 이재명 정부뿐 아니라 과거 여러 정부에서도 추진했던 국정 과제다. 이복실 센터장은 “공적 서비스가 전무했던 영역에 국가가 개입하는 제도가 만들어진 건 고무적”이라며 “예산이든 인력이든 하루빨리 해답을 찾아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비스 이용 희망자도 늘고 있다. 한 보호자는 “통합돌봄 덕분에 십수 년 만에 친정에 갈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고 한다.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회장은 “, 몇 년만 참으면 언젠가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좋은 제도를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리려면 획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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