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게 아름답다”는 표현은 지나치게 관용적이라 리뷰에 쓰기에 그다지 좋지 않지만,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파리 오페라 발레단 에투알(최고무용수) 박세은의 ‘빈사의 백조...
“숨 막히게 아름답다”는 표현은 지나치게 관용적이라 리뷰에 쓰기에 그다지 좋지 않지만,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파리 오페라 발레단 에투알 박세은의 ‘빈사의 백조’를 보고서는 딱 이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1907년 전설적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가 초연한 이 작품에서는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에 맞춰 발레리나가 서서히 무대에 오른다. 무용수는 우아하게 날갯짓하며 수면 위를 이동하지만, 이 백조는 제목 그대로 죽어가는 중이다. 첼로 선율, 푸른 조명에 휩싸인 백조는 엄습한 죽음의 손아귀를 벗어나려 마지막으로 몸을 떤다. 잦아드는 첼로 소리와 함께 백조의 생명도 빠져나간다. 막이 내린 뒤에도 박수는 다음 무대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이어졌다. 죽음의 순간을 ‘아름답다’고 느끼게 하는 안무의 기괴함에 놀랐고, 그 아름다움을 완벽히 체현한 박세은의 몸짓에 다시 놀랐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은 1669년 창단됐다. 박세은은 입단 10년 만인 2021년 이 세계 최고 발레단 최초의 동양인 에투알이 됐다. 박세은은 자신이 최고 반열에 오른 비결은 ‘타이밍’이었다고 말했다. 좋은 시기 입단해 자신을 알아봐준 좋은 예술감독을 만났고, 동료들의 임신이나 부상으로 무대에 설 기회를 잡았다. “제가 너무 잘해서 거기까지 갔다고 하긴 어려워요. 다만 포기할까 하는 마음을 가진 적은 없었어요. ‘할 수 있을 거야. 무대에 설 수 있을 거야’ 하는 마음을 가졌어요. 후배들의 상담 요청도 많이 받지만 ‘너만의 타이밍이 올 거니까 조급해하지 말고 해라’라는 말밖에 할 수 없어요. 예술에서는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다보면 좋은 길이 열릴 수 있으니까.”
예술이란 분야는 그 정도가 심하지만, 따져보면 세상 많은 일이 그렇다. 노력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온라인 게임에선 들인 시간만큼 레벨이 오르지만, 삶의 성취는 그렇지 않다. 아무리 노력해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지, 원하는 직장을 구할지 알 수 없다. 어느 정도 성공의 경험을 누적해 노하우를 가진 중장년에 비해, 아직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확고히 하지 못한 청년은 ‘자기확신’을 갖기 더욱 어렵다. 오르페우스의 용기, 아내 페르세포네의 설득에 하데스는 에우리디케를 보내주겠다고 한다. 조건이 있다. 지상으로 돌아가는 기나긴 여행길 동안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 앞에서 걸어야 한다. 손을 잡아도, 팔짱을 껴서도, 옆에 서도 안 된다. 에우리디케가 자신을 따라온다고 믿고 무작정 걸어야 한다.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보기 위해 뒤돌아서는 순간, 에우리디케는 다시 하데스타운으로 끌려간다. 오르페우스에겐 에우리디케가 자신을 믿고 사랑해 따라온다는 ‘자기확신’이 필요하다.
United States Latest News, United States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美 '인태지역 관여 바뀌지 않아'…동맹의 '트럼프 우려' 달래기(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동맹관계 약화를 우려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
Read more »
“이러니 현금 인출하기 힘들지”…5년여새 ATM 1만4000여개 증발했다폐쇄된 은행 지점 수는 1003개 달해
Read more »
‘이노베이션 럿’ 탈출하는 애플···삼성도 성공할 수 있을까1.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만약 애플 투자자라면 올해 첫 거래일의 충격을 잊지 못할 것이다.새해 벽두부터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가 애플의 투자 등급을 강등하자 애플 주가는 4% 가까이 빠졌다. 아이폰15 판매 부진, 규제 압박, 반독점 이슈 등으로 사업에 험로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당시 투자은행 DA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경고했다. “
Read more »
[성평등 올림픽] ‘최연소’ 논란 종식시킨 반효진, ‘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 [플랫]마지막 2발이 9.9, 9.6에 맞았다. 1.3점의 넉넉한 리드를 빼앗기고 슛오프에 들어갔지만 반효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황위팅(중국)보다 살짝 늦게 방아쇠를 당긴 반효진은 ...
Read more »
[성평등 올림픽]“카메라 속 성차별 없애라”…공식 올림픽방송사에 내려진 지침[플랫]공식 올림픽 방송사가 2024 파리 올림픽 촬영진에게 여성 선수를 남성 선수와 같은 방식으로 촬영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여성 선수의 신체 부위를 부각하는 등 성차별적 시선이 ...
Read more »
‘스드메’ 불공정 약관 개선이 먼저 꺼낼 인구비상대책인가[플랫]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인구 국가비상사...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