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만든 '사상계' 초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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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는 신념이 무척 강한 인물이다. 생애를 두고 변하지 않았다. 나의 신념은, 나에게 대륙의 횡단을, 보람 찾는 일로 시키는 것이지만, 나의 발목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 중국땅에, 발자국도 안 남을 강행군을 계속시키고 있는 것인가. 졸음이 바람처럼 스며왔다. 그날의 발목 대신에 오늘 밤은 손목이 시렸다. 거기...

장준하는 신념이 무척 강한 인물이다. 생애를 두고 변하지 않았다. 나의 신념은, 나에게 대륙의 횡단을, 보람 찾는 일로 시키는 것이지만, 나의 발목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 중국땅에, 발자국도 안 남을 강행군을 계속시키고 있는 것인가. 졸음이 바람처럼 스며왔다. 그날의 발목 대신에 오늘 밤은 손목이 시렸다. 거기에다 젊은 아내까지 고무인을 찍느라고 꼬박 밤을 세웠다.

장준하의 혼과 땀이 배인 잡지, 망명지에서 싹이 튼 잡지가 1953년 3월 10일 해방된 조국, 동족상쟁의 전란기 부산에서 창간호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한국지성사에 기록될 날이었다.장준하가 쓴 권두언 '인간과 인격'을 필두로 '인간문제'를 특집으로 꾸몄다. '인간과 문화', '인간생활과 종교', '동양인의 인생관', '인간에 대한 소고', '인간과 교육', '불교의 인생관', '칸트의 인간관', '인간변질론', '인간의 20세기' 등이다. 이밖에 백낙준의 '3ㆍ1정신론', 드 루쥬몽의 '자유의 내성', 이은상의 '장관론', 김성식의 '병든 민족주의', 김광주의 창작 '불효지서' 등 200쪽에 이르는 다양한 교양물을 엮었다."인간은 인격적인 존재이다. 즉 인간은 복잡하고도 명료한 언어를 사용하며, 개념적·추상적 논리적인 사고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 목적 실현을 위한 의지적이며 적극적인 활동과 반성능력을 소유하였으며, 각종 문화 창조의 능력을 가진 자이다." 장준하는 또 '편집후기'에서" 속간을 위하여 편집하였던 것을 란 이름으로 내어 놓게 된다. 동서고금의 사상을 밝히고 바른 세계관 인생관을 수립하여 보려는 기도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라고, 저간의 사정을 밝혔다.잡지 발행인의 역할은 책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창간호 3천부 중 1천부는 부산시내 서점에 배포하여 장준하가 직접 관리하고, 2천부는 사 이춘우 사장이 자기네 판매망을 이용하여 팔기로 했다. 판매대금으로 조판비·인쇄비·용지대를 갚기로 하여, 제작이 한결 수월했다. 창간 과정에서 가장 힘이 되어준 사람이 의 이춘우 사장이었다. 다행히 시내에 배포한 잡지의 반응이 예상 외로 좋았다. 3, 4일 만에 반 이상이 팔려나갔다. 고생한 보람이 나타났다. 서점 주인들도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일단 창간호의 좋은 반응에 안도하면서, 다음 호의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오전에는 원고 청탁과 원고수집, 편집교정을 하여 조판소에 넘기고, 오후에는 서점을 돌며 수금에 나섰다. 저녁에는 수금한 돈으로 조판공들과 어울러 대포집에서 막걸리 한두 잔씩을 나누었다. 밤에는 집에서 늦게까지 원고와 씨름을 벌였다. 5월호 조판이 끝날 무렵에는 급한 교정식자나 간단한 문선 같은 것을 직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조판공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눈여겨 배운 것이다. 장준하는 잡지의 기획·원고청탁·정리·편집·교정·조판·판매·수금에 이르기까지 모두 혼자의 힘으로 처리해야 했다. 요즘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출판계에 '1인 사장'의 출판사가 생기고 있지만, 장준하는 최초의 1인 사장으로 잡지를 만들었다. 늦게 집으로 돌아가면 으레 편집 보따리를 펴놓고 이것저것 뒤적거리다 보면 새벽 2시가 넘어야 잠자리에 들게 된다. 이런 나날의 고된 생활이지만, 혼자의 힘으로 단 한 사람의 조력자도 사무실도 없이나마, 앞이 보이는 일이고 결과가 나타나는 일이고 보니 마냥 즐겁기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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