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혼자서는 아무 무늬도 만들지 못한다 괭이밥_시금초 햇살__무늬 안준철 기자
땅에 다 대고 뭣 찍수?할머니에게 햇살 사진을 보여드리자당신의 뒷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시는 할머니 전날 아침 일이다. 서울 갈 일이 있어서 고속버스 표를 예매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오솔길에서 할머니를 만났다. 그러기 전, 나는 시금초라는 풀꽃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정식 이름은 괭이밥이다.
햇살이 좋은 봄날이면 도심의 골목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나는 어렵지 않게 찾아냈고, 사진을 몇 장 찍고 돌아오는 길에 오월의 온유한 햇살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그만큼 오월 아침 햇살 세례가 좋았던 것인데, 그러다가 그 햇살을 사진기에 담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근데 햇살을 어떻게 찍지? 나는 바람을 그리고 싶은 화가처럼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다가 무슨 계시처럼 오솔길 바닥에 드리워진 나무 그림자에 눈이 갔던 것! 아, 그늘이 있어서 예쁜 햇살 무늬도 생기는구나! 햇살 혼자서는 아무 무늬도 만들지 못하는구나! 우리의 삶도 기쁨과 슬픔, 고통과 행복이 함께 어우러져야 저런 아름다운 무늬가 생기겠구나!"햇살 찍고 있어요!"할머니와 나는 시금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할머니의 짐 보따리 하나를 챙겨들고 오솔길을 나란히 걸어가다가 골목길에서 찍은 시금초 사진을 보여드렸던 것인데, 할머니는 시금초를 알고 계셨다.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일 때도 시금초를 썼다고 하셨다.
그러자 나도 어릴 적에 엄마 따라 산에 나무 하러 갔다가 목이 마르면 신맛이 나는 시금초를 씹어 먹었던 기억을 되살려 말씀을 드렸다. 그것 말고도 시금초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 할머니께 고할 것은 못되었다.그건 꽃 이름에 관한 것이었고, 내가 30년 가까이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에 관한 것이기도 했다. 아이들의 생명에 눈 뜨기 전, 나의 무심함으로 인해 이름으로 불러주지 못한. 그런 사랑 받은 적 없어꽃이 되었을 우리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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