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없는 학교 스포츠… 그 극단의 시대를 거치며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에서는 한 챕터가 운동 경기와 우승자 시상에 맞춰져 있다. 트로이 패망으로 망명 백성들을 이끌게 된 아이네이스는 고된 이탈리아 항해 중 아버지 앙키세스의 장례를 치른 뒤 노젓기, 달리기, 권투, 활쏘기 등 각종 운동 경기로 축제를 연다. 가장 뛰어난 선수는 무구나 청동솥 등을 상으로 받는다. 호메로스의 23장에서도 절친 파트로클로스를 잃은 아킬레우스가 장례식 운동 경기를 열고 경품을 거는 장면이 나온다. 경쟁과 시상이 스포츠의 본질적인 구성 요소임을 알 수 있다.
스포츠 경쟁은 룰 속에서 이뤄지고, 룰을 지키는 한 경쟁의 결과는 정당성을 지닌다. 착한 경쟁, 선의의 경쟁, 정정당당한 승부, 페어플레이 등의 바탕에는 평등의 원리가 있으니, 경쟁과 평등이 반드시 상충하는 것도 아니다.3000년 전 그리스 시대의 예화는 지난 몇 년간 한국의 학교 체육 현장에서 이뤄진 '탈 경쟁주의'와 대조된다. 엘리트 스포츠뿐 아니라 일반 학생들이 참여하는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와 학교 운동회에서조차 경쟁은 '문제아 취급'을 받게 됐다. 경쟁이 불러온 부작용 때문인데, '경쟁, 너 나쁜 놈'이라는 딱지가 '착한 경쟁'마저 죽여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런 학교 체육 문화는 일차적으로 2000년대 중반 본격 도입된 일반 학생의 학교스포츠클럽 전국대회에서조차 경쟁 과열로 내부에서 비판과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외부적으로는 '올림픽 톱10'으로 상징되는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과거와 달리 '성적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다'는 식으로 바뀌면서 경쟁이 부정시된 측면도 있다.교육부나 문체부의 정책 영향 아래 엘리트 체육이 아닌 학교스포츠클럽은 경쟁을 지양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경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립항인 '무경쟁'의 길을 택한 것은 쉬운 방법이었다. 문제는 경쟁 자체가 아니라 경쟁의 과정에서 빚어진 파행인데, 경쟁을 없애는 방식으로 나간 것은 극단화한 처방이라 볼 수 있다.
최근 개정된 체육 교육과정의 성격이나 목표도 경쟁 개념이 빠지면서 명료함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다. 2007년 체육 교육과정에서는 5개의 영역)이 핵심 가치로 제시됐지만,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활동적이고 창의적인 삶, 건강하고 주도적인 삶, 신체활동 문화를 향유하며 사회 속에서 바람직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신체활동 역량을 기르는 것"으로 서술돼 있다. 이전의 교육과정 목표가 △건강 활동의 가치 △도전 활동의 가치 △경쟁 활동의 가치 △표현 활동의 가치 △여가 활동의 가치 등을 이해·실천·수행한다고 규정한 것과 비교하면 의미가 뚜렷하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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