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게재된 김슬옹 님의 추모 글입니다. 42년 전 세상을 떠난 한희철 열사의 삶을 기리고, 그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군사정권의 '녹화사업'의 희생자였던 한희철 열사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 그의 삶과 가치를 되새깁니다.
오마이뉴스 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 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형이 끔찍이도 아껴주던 철도고 1년 후배 김슬옹이에요. 42년이 흘렀습니다. 1983년 12월 11일 새벽, 형이 우리 곁을 떠났으니 말입니다. 그때 형은 스물여섯, 가장 빛나야 할 청춘이었습니다.
1979년 4월 그날이 아직도 선합니다. 꽃샘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철도고등학교 낡은 교실에서, 작달막한 체구의 형이 우리 앞에 섰습니다. 6.25 참전 용사로 두 다리를 못 쓰시는 아버지를 모시고, 하루 두세 시간만 자면서 공부해서 서울대 기계공학과에 합격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지요. 사실 실업계 특목고 철도고등학교에서 실업계 동계 진학이 아닌 일반 진학으로 서울대에 합격한 것은 누가 봐도 기적이었습니다. 우리반 50명은 기적을 일군 선배님 말씀에 모두 귀를 쫑긋했지요. 형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우리에게는 빛이었습니다. 가난과 불우함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형의 격려가 제가 연세대에 진학할 수 있었던 힘이 되었습니다. 특히 외솔 최현배 선생님의 뜻을 잇겠다던 저를 형은 각별히 응원해 주셨습니다."너는 반드시 해낼 수 있어." 그 말이 제 평생의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AD 그런데 형, 1982년 제가 짧은 철도공무원 생활을 거쳐 간신히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들어간 뒤 형의 소식이 끊겼고, 1983년 겨울 그 충격적인 비보를 나중에서야 들었을 때 저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군사정권의 '녹화사업'이라는 것에 희생되었다는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형이 1983년 12월 8일, 보안사로 끌려가 80센티미터 곤봉으로 무자비하게 맞았다는 것을. 영문도 모른 채 고문을 당하고, 동료들을 밀고하라는 강요를 받았다는 것을. 그러나 형은 끝까지 거부했습니다. '확인하면 다 나타날 부분'만 진술하겠다며 동료들을 지켰습니다.형, 형이 그토록 애써 이룬 서울대 합격도, 그 빛나는 미래도 모두 내려놓고 지키고자 한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동료들이었고, 양심이었고, 인간의 존엄이었습니다. 형은 자신을 배신하느니 목숨을 내놓았습니다.형, 이제 저는 알았습니다. 형이 1979년 그 교실에서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단순히 공부 잘하는 비법이 아니었다는 것을. 형은 우리에게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삶, 정직하게 사는 삶, 동료를 배신하지 않는 삶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형, 이제는 형을 제대로 기억하고 추모해야 할 때입니다. 신군부 녹화사업의 희생자, 양심을 지킨 청년, 동료를 배신하지 않은 선배, 스물여섯의 나이로 모든 것을 내려놓은 한희철 열사. 형의 이름을 역사에 제대로 새겨야 합니다. 형이 그토록 아끼던 후배로서, 이제 60대 중반이 된 제가 형을 기억하고 증언합니다. 형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형이 지키고자 한 가치들이 이 땅에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끝까지 힘쓰겠습니다.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희철 기념사업회가 추모 문집에 들어갈 글이다. 추모 문집은 2025년 12월에 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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