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뉘른베르크의 사형집행인 연구사법 체계 변화 속 명예 추구했으나뿌리깊은 차별 벗어나지 못한 수치현대인의 우월의식 과연 정당한가
현대인의 우월의식 과연 정당한가 뉘른베르크 법정 공증인이 예술적 열망을 담아 사형선고문의 여백에 그린, 프란츠 슈미트라고 추정되는 유일한 초상화. 마르코폴로 제공신성로마제국의 비공식적인 수도라 불릴 정도로 번성했던 독일 뉘른베르크 시내에는 ‘사형집행인의 다리’가 있다. 사형을 앞둔 죄수들이 사형장으로 향하며 건넜을 이 다리는 오늘날 관광명소가 되어 ‘야만적인 과거’를 더듬게 하는 용도로 쓰인다. 현대인의 우월감에 기댄 이 기억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 시대를 넘어 경멸과 공포의 대상으로 고착된 사형집행인의 진정한 형상은 무엇이었으며, 한 인간으로서 그는 과연 어떤 것을 느끼고 생각했을까?
프란츠 슈미트가 살았던 시기 사람들은 유행병, 기후변화, 흉작과 기근 등 열악한 자연환경과 강도와 납치 같은 일상적인 폭력 아래 놓여 있었기 때문에 “삶의 모든 국면에서 위험에 봉착한 이들은 안전과 질서를 갈구”했다. 통치 권력은 사람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범죄자들은 반드시 체포되고 처벌받는다는 식의 사회 정의를 구현하고자 했는데,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숙련된 사형집행인이었다. 뉘른베르크처럼 번영한 도시국가는 사법 정의의 체계를 만들고 이를 집행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밤베르크 형법전’, ‘카롤리나 형법전’ 등 신형법은 범죄 유형을 정교화하고 일정한 사법 절차와 규율을 확립했는데, 정규 봉급을 받는 전문 사형집행인의 존재를 규정하기도 했다. 프란츠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시대”였던 셈이다.
프란츠의 기록 자체는 개인의 감상 등 군더더기가 전혀 없이 언제 어떤 범죄자를 어떻게 처형했다 식의 무미건조한 직업 일기다. 지은이는 이 앙상한 기록으로부터 당시의 시대상과 사법 체계, 그리고 프란츠의 내면까지 읽어낸다. 사형집행인의 일은 크게 심문과 처벌이었다. 당시의 심문은 오늘날 고문이기에 용의자를 비교적 건강한 상태로 유지시키는 일 또한 사형집행인의 몫이었고, 프란츠는 그렇게 쌓은 해부학적·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치유사’를 부업 삼았다. 처벌은 통치 체제가 종교적 구원과 국가 권위라는 핵심 메시지를 앞세워 사람들을 복종시키기 위해 마련한 ‘공포의 극장’, 곧 공개처형을 문제없이 상연하는 일이었다. 생매장, 화형, 교수형, 가장 참혹한 수레바퀴형 등과 달리 참수형은 사형자의 영예를 지켜주는 형벌이었다. 참수하다 목을 제대로 잘라내지 못하는 등 실수라도 하면 사형집행인은 성난 군중들의 린치를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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