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현 | 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바닷바람에 말라 꾸덕꾸덕해진 생선을 동네 고양이와 강아지가 틈만 나면 물고 달아났다. 강원도 최북단 고성의 어촌에서 자란 김은율(34)씨는 어릴 적 부둣가 풍경을 떠올리다 생선으로 반려동물 간식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
강원도 고성의 동물사료 업체 ‘동해형씨’는 지역의 수산물을 반려동물 간식으로 가공해 전국적으로 유통하고 수출도 하는 로컬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동해형씨 제공바닷바람에 말라 꾸덕꾸덕해진 생선을 동네 고양이와 강아지가 틈만 나면 물고 달아났다. 강원도 최북단 고성의 어촌에서 자란 김은율씨는 어릴 적 부둣가 풍경을 떠올리다 생선으로 반려동물 간식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일하던 김씨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2019년 말 고향에 ‘동해형씨’라는 반려동물 사료 업체를 차렸다. 2년 뒤에는 5천만원의 에인절 투자도 받았다. 갓 잡아온 생선을 낙찰받아 특허받은 방법으로 모양을 살려 말리고, 짜지 않게 손으로 가공한 고급 간식은 입소문을 탔고, 재구매율도 높았다.지난해 매출은 3억6천만원으로 1년 전보다 3배 뛰었고, 올해는 7억원을 목표로 한다. 외국에서도 주문이 들어와 올 1월에 홍콩으로 첫 선적을 했고 올해 안에 일본, 미국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지역 소멸과 지역 전성시대. 서로 모순되지만 둘 다 우리 지역의 현실이다. 국토 면적의 11%인 수도권에 인구의 51%가 몰려 살고 정치, 행정, 기업, 교육, 의료 등 모든 기능이 집중된 나라. 나머지 지역은 노령화와 인구 유출로 ‘소멸’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현실. 그런데도 고개를 돌리면 지역은 ‘로컬’을 주제로 한 다양한 창의적 실험이 벌어지는 곳이다.지역의 문화, 역사, 특산물을 자원 삼아 창업하고 브랜드를 키워가는 사람들이 있다. 지역에 뿌리내리고, 나아가 전국, 세계를 겨냥하는 젊은 도전자들이 많아지는 것은 회색빛 지역에 한줄기 희망이다.
지역 연구자인 조희정은 “최근 10년 사이 로컬은 새로운 경제와 문화가 형성되는 기회의 공간과 지역을 의미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 핵심은 지역이 가진 콘텐츠의 힘이다. 대도시의 판에 박힌 일상과 달리 지역에는 독특한 ‘이야기’가 있다. 평소에 눈에 띄지 않지만 누군가에 의해 발굴돼 서사가 입혀지면, 이 콘텐츠가 외지인을 불러 모으고 물건을 사게 하는 매력이 된다.지난 5월 중순 서울역 문화공간에서 로컬을 주제로 한 첫 전시회 ‘로컬 크리에이티브 2024’가 열려 로컬 브랜드가 전국 여러 곳에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줬다. 앞서 소개한 동해형씨 외에도 성심당, 태극당, 모모스커피, 복순도가 등 지역을 대표하는 로컬 브랜드 100여개가 참여해 제품과 서비스에 담긴 이야기, 가치, 커뮤니티를 들려줬다.
강원도 양양을 서핑의 요람으로 만든 ‘서피비치’나 ‘인’이란 지역 잡지를 통해 제주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오래전 문 닫은 성 이시돌 목장의 한림수직이라는 니트 브랜드를 재생시킨 ‘재주상회’ 앞에는 관람객의 발길이 오래 머물렀다. 제품 외에도 1970~80년대의 하숙촌을 한옥 숙박 체험과 휴식이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충남 공주 제민천변, 개항면과 개항로 맥주로 잘 알려진 인천 개항로처럼 방문객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주는 거리도 전국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사실 지역성의 힘을 한눈에 보여주는 로컬 브랜드는 대전의 성심당이다. 한국전쟁 직후 부산에서 상경하던 열차가 고장으로 멈춘 자리 대전, 신부가 내준 밀가루 두포대로 시작한 찐빵 장사, 대흥동성당의 종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아 자리잡은 제과점 등 성심당의 이야기에는 지역성이 짙게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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