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의료보험을 들면 유상 진료하는 병원에 갈 수 있지만, 보험료가 매우 비싸다. 의대 2000명 증원 논란이 불거진 다음부터 전공의 이탈과 의대생 수업 거부가 나타나더니 1500명가량 증원이 확정된 후에도 전문의까지 사직하는 등 갈수록 태산이다. 마취과 전공의 이탈로 중요 수술에 차질이 빚어지고 수술 대기가 길어지면서 살릴 수 있는 환자가 세상을 떠나는 일도 발생한다.
영국은 국가가 의료를 책임진다. 국민보건서비스로 불리는데, 치과를 제외한 의료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한다. 체류 허가를 받은 외국인도 일정 금액을 내면 같은 혜택을 받는데, 런던특파원 시절 이용해봤다. 영국에선 병원에 가려면 예약해야 한다. 성인은 여러 날 기다리는데, 아이들은 좀 빨리 잡아준다. 위급하면 응급실 에 바로 가도 되는데, 발에서 피를 흘리는 성인 여성이 대기실에서 여러시간 기다리는 걸 본 적이 있다.
연수 차 미국을 찾았을 땐 로스앤젤레스 병원에서 맹장염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청구된 치료비가 2만 달러가 넘었다. 지금 환율로 2600만원가량인데, 들어놓은 개인 의료보험이 있어서 감당할 수 있었다. 병원 창구에서 만난 간호사는"한국이 얼마나 좋은 의료 제도를 가졌는지 잘 안다"고 했다. LA에서 자동차 수리를 하는 교포는 의료보험이 없었다. 아프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은 무료 진료를 해주지만 성인은 지원이 없으니 안 아파야 한다”는 말이 돌아왔다. 선진국 의료를 거론한 것은 한국 의료 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요즘 엉망이 됐다. 의대 2000명 증원 논란이 불거진 다음부터 전공의 이탈과 의대생 수업 거부가 나타나더니 1500명가량 증원이 확정된 후에도 전문의까지 사직하는 등 갈수록 태산이다. 현장은 말 그대로 비상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심해지면서 고위험군이 있는 요양병원에선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방 광역시의 한 요양병원에선 최근 2주 사이 코로나 확진을 받은 3명이 숨졌다. 고령층 확진자는 급격히 상태가 나빠질 수 있어 대학병원 응급실로 전원할 필요가 있지만, 요즘 응급실은 여력이 없다. 중환자실 격리실은 차 있고 중증코로나 환자 여러 명이 대기 중이지만, 응급의학과 교수 한 명이 이들을 모두 보는 형편이다. 의대 증원은 2035년 의사가 부족하니 미리 양성하자는 논리로 정부가 밀어붙인 정책이다. 의료계에서도 증원에 찬성하는 의견이 없지 않았지만, 점진적으로도 아니고 매년 2000명을 내걸면서 6개월 혼란의 도화선이 됐다. 의사 수가 적은 게 아니라 필수 의료와 소외 지역에서 일할 의사가 부족한 것인데, 무작정 증원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우려를 새겼어야 했다. 성적이 낮아서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업의 본질에 매료돼 이른바 ‘바이털 뽕’을 맞은 필수의료 종사자들에게 ‘낙수 효과’라는 모욕감을 준 것부터 잘못이었다. 한 의대 학장은 증원 규모를 써내라고 해 교육이 가능한 정도 인원을 제출했더니 ‘상관없으니 더 늘리라’는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숫자를 정해 놓고 밀어붙인 흔적이다. 정부는 내년도 의대 신입생들은 제대로 교육받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사태가 정리되지 않으면 내년에도 의대 수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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