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정치·경제적 안정을 구가하며 유럽 최대 경제대국이라는 위상이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독일의 역주행은 지구 반대편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경제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제조업 편중, 고령화로 인한 노동생산성 하락, 중국 시장 의존도 등은 한국 경제에도 동일한 위험요소이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이 독일의 실책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한때 정치·경제적 안정을 구가하며 유럽 최대 경제대국이라는 위상이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독일의 역주행은 지구 반대편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이 독일의 실책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첨단 신산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계속 낮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4일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독일의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전기대비 0%에 머물렀다. 지난해 4분기, 올해 1분기에 이어 3분기째 정체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독일이 주요 7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역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그러나 경제학계에선 이와 별개로 독일 경제의 구조적 한계가 침체를 가속화했다고 진단한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제조업 경기 위축 △중국 리스크 점증 △고령화에 따른 고비용·저효율 등을 부진의 구조적 요인으로 꼽았다. 이현진 대외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동차 산업에 대한 독일의 편중을 지적했다. 마치 한국이 반도체 산업에 대해 과도한 의존을 해온 것과 유사한 구조에 있다. 이 연구원은 “소비 위축과 함께 친환경 전기차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타격이 컸다”며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독일 경제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진단했다.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독일 경제의 총부가가치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8%로 G7 국가 중 가장 높다.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27.9%로 2017년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전체 부가가치의 3분의 1이 제조업에서 창출되고 있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편이지만 한국이 그보다도 훨씬 높다. 독일 수출 가운데 중국향 비중은 지난해 기준 6.8%로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이마저도 중국 경제의 둔화 등과 맞물려 전년도 2위에서 내려앉은 것이다.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독일은 수출 비중 등에서 알 수 있듯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며 “중국 경제가 부진하며 수요가 줄어들자 독일 역시 경기 하방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2012년 이후 독일의 1인당 연간 생산성 증가율은 0.3%에 불과하다. 한국은 주요 선진국보다 고령화 시점이 늦었지만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5년간 한국의 고령인구 연평균 증가율은 5%로 G7 평균인 1.8%를 훌쩍 넘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을 역임했던 김흥종 고려대 특임교수는 “언제까지 중국을 한국 경제의 천수답처럼 여길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독일은 중국과 경제를 제외한 접점이 없어 경제 협력이 이어지겠지만 한국은 외교안보와 경제가 복잡다단하게 연결돼 있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게 필수적”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럽과 호주, 미국 등 전통적 우방과의 교역 증진, 수출품의 질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