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중지권과 노동시간 단축이 '기후위기'도 해결한다고? 기후정의_노동자건강 노동시간_단축 노동자_작업중지권 최민
기후위기는 노동자 건강에도 훌쩍 다가왔다. 대표적인 것이 열사병, 열탈진 등 열관련 질환이다. 고온에 노출된 인체가 체온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옥외에서 일하는 건설 노동자, 이동 노동자, 농업노동자, 운송노동자 등이 여름철 고온에 노출되기 쉬운데, 기후 변화와 함께 고온 노출 상황이 빈번해지고 있다. 고온 노출은 직접적인 열성 질환으로 인한 건강 영향뿐 아니라, 피로도를 높이고 집중력을 저하시켜 작업 중 사고나 부상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앞으로 이런 고온 노출의 간접적 영향도 더 연구돼야 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런 작업중지권은 산재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에야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되기 쉽지만, 추위든 폭우든, 기후위기로 인한 다양한 위험 상황에서도 사용될 수 있고 사용되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유사한 사례가 있다. 노동자 7명이 작업장 기온이 너무 낮아 이에 항의하기 위해 작업장을 이탈한 사건이 있었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징계하자 미국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판결했다. 1962년의 일이다.
새벽같이 출근하고 늦은 밤 퇴근하면, 요리하기 피곤하니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상적인 경험에서 보듯, 긴 노동시간은 탄소 발자국이 높은 소비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2) 기후정의 측면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자유시간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었던 노동시간 단축 투쟁이 사회정의, 환경정의를 위한 투쟁이라고, 지구와 우리의 미래를 구하기 위해 적게 일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노동시간 단축 운동이 기후정의 측면에서 얘기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주 52시간 연장근로 상한제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의 장시간 노동 문제와 기후정의와의 연계는 너무 멀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단초가 없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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