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1910년 2월의 어느 날, 중국 뤼순(旅順) 감옥에 있던 안중근(1879∼1910)은 붓을 들었다.
일본 류코쿠대학 도서관 소장 사형 선고를 받은 30대 청년은 옥중에서 의연하게 글을 써 내려갔다.힘 있고 간결하게 쓰인 글자 옆에는 '대한국인' 안중근이 썼다는 기록을 남겼다. 네 번째 손가락 일부가 없는 왼쪽 손바닥 도장과 함께였다.안중근 의사가 순국 전에 쓴 이 글씨가 15년 만에 한국에서 공개된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의거 115주년 만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안중근의사숭모회, 안중근의사기념관과 함께 이달 24일부터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하얼빈 의거 115주년 기념 특별전 '안중근 서'를 선보인다고 23일 밝혔다.'황금백만냥 불여일교자' 유묵보물 13점을 포함해 한국과 일본에 남아 있는 유묵 18점을 한자리에 모았다.전시장에 들어서면 높이가 1.5ｍ에 달하는 긴 족자 형태의 유묵이 관람객을 맞는다.군인이자 의병으로서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마음가짐을 잘 보여주는 글씨 이 글은 '명심보감'의 한 구절에서 유래한 것으로, 교육과 계몽에 힘써 실력을 양성시키려 한 교육가로서 안중근 의사의 철학을 보여주는 유물로서 가치가 크다.날이 추워진 후에야 잣나무와 소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는 뜻의 '세한연후 지송백지부조'에서는 빠진 글자를 작게 써넣은 부분이 눈길을 끈다.
안 의사는 벨기에 FN사가 제작한 '브라우닝 M1900' 모델 권총을 썼으며 총 8발을 장전해 그중 7발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실물이 전해지지 않으나 복제품을 전시하는 경우가 많다.안중근 의사의 유언과 사진"나는 천국에 가서도 반드시 우리나라의 국권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한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애국계몽운동에서 하얼빈 의거까지 안중근 의사의 한 걸음 한 걸음은 동양의 평화를 간절히 바라는 사상가로서의 행보"라며"그 의미를 되짚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예나 기자=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1층 로비에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115주년 기념 특별전 '안중근 서' 안내물이 설치돼 있다.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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