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바라기식 잡채 한 그릇을 만들어봐야겠다.
취재차 일본을 자주 가던 2018년의 일이다. 더운 여름이었다. 오사카의 어느 작은 선술집에 들렀다. 일본의 선술집은 문자 그대로 서서 마신다. 대신 싸다. 서서 마시니까 빨리 회전된다. 하여튼 그런 가게였는데, 메뉴에 잡채가 있었다. 한국 같으면 기본 찬으로 내줄 음식도 일본은 다 돈을 받는다. 콩 몇 쪽에도 요금이 붙는다. 김치는 보통 500엔 이상이다. 그 가게 잡채가 350엔인가 했다. 주문했더니 미리 만들어둔 잡채 한 줌을 철판에 데운다. 서너 젓가락 될까, 적은 양이었다. 맛도 이것 참. 한마디 투덜거렸더니 젊은 주인이 휙 쳐다본다. 동행한 현지인이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오사카나 고베에선 조심해야 해요. 한국말 알아듣는 자이니치가 꽤 많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는 잡채를 파는 장한 자이니치였을 거다. 응원해도 모자랄 판에 음식 타박이라니. 계산하고 나가는데, 그가 쪽지에 자기 이름을 써서 주며 고개를 까딱한다. 같은 민족끼리, 뭐 그런 뜻이었을 거다.
그이가 한국에 이름을 알리게 된 건 뛰어난 시 때문이기도 하지만 윤동주와 얽혀 있는 까닭이다. 이바라기 시인은 나이 쉰이 되던 1976년에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까닭이 놀랍다. 한일 문인 교류 모임에서 홍윤숙 시인을 만나게 되는데, 홍 시인의 일본어가 하도 유창해 이유를 물었다. 홍 시인이 식민지배 시기를 살았기 때문이라는 걸 들은 그는 충격에 빠졌다. 이바라기 시인은 그렇게 한글과 한국을 배우게 된다. 1976년부터 아사히 문화센터에서 한글을 수학하기 시작해 유창한 실력을 갖추게 되었고, 나아가 한글 자체에 매료되어 관련된 수필을 여러 편 쓰기도 했다. 1990년에는 한국 시인 12명의 시를 골라 시선집을 번역 출간했다. 그 작업으로 1991년 요미우리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을 담아 〈한글로의 여행〉이라는 책을 냈다. 한국에도 번역돼 나온 이 책에 윤동주와 그의 시를 소개하는 수필 한 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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