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사교육 경감 발언? 바보이거나 사기꾼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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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사교육 경감 발언? 바보이거나 사기꾼인 이유 사교육 비문학 정의당_대변인 국어 정의당 이재랑 기자

▲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23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 문항을 '핀셋 제거'하고, 유아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만 3∼5세 교육과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10여 년간 사교육에 몸담았다. 마지막에는 소위 사교육 1번지라 불리는 동네에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발언과 정부·여당이 '사교육 경감 방안'이랍시고 내놓는 안들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정말 그 대안들이 '사교육 경감 방안'이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바보이거나 사기꾼 중 하나다.

아마 대통령은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소재'를 썼다는 사실을 언급한 듯하다. 내가 당장 수업했던 비문학 지문들의 주제만 해도 '신채호의 '아'와 '비아'의 개념', '환율의 오버슈팅', '브레턴우즈 체제', '양자역학', '바로크 음악의 특징' 등 인문·사회·과학·기술·예술을 넘나든다. 이런 것들은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 비문학에서 다룰 수 있는 모든 소재를 교과서를 통해 대비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소재를 가지고 문제를 낼 수 있는 게 애초에 비문학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를 부추긴 건 다름 아닌 '정시 강화' 정책이었다. 입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높일수록 변별력 확보를 위해 시험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킬러문항' 출제는 필수 불가결하다. 그러나 나는 똑똑히 기억하는데, 정시 강화를 추진한 건 문재인 정부였지만 조국 사태 이후 '입시 불공정' 논란이 일어나면서 정시 강화, 심지어 수능 100%로 입시를 바꿔야 한다고 독촉한 건 바로 현 정부·여당의 정치인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모든 논의는 결국 전체 학생들의 20%에 불과한 1~3등급 학생들에게만 국한한 것이다. 중위권 학생들에게 '킬러문항'의 유무는 교육에 있어 핵심적인 문제가 아니다. 상위권 학생들의 입시 문제가 '사교육 경감 대책'과 '공교육 제고 방안'이랍시고 나오는 것도 화나는 일인데, 거기에 보태 당정은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존치'를 대안이라고 내놓았다. 이런 말이 낯설지 않다.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의 스타일로 보인다. 노동조합을 '건폭'으로 몰고, 야당과 시민사회 세력을 '괴담, 가짜뉴스 유포 세력'으로 취급했다. 세상 복잡한 문제를 '특정 집단'에게만 책임을 묻고 혐오를 부추겨 그것을 때려잡는 자신을 '정의의 사도'로 내세우는 것이다. 트럼프가 그랬고, 더 예전엔 나치가 그랬다. 21세기형 극우 포퓰리즘이다.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가 커질수록 진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허상 같은 논의들이 오가는 동안 기득권들은 오늘도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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