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려도 '괜찮게 사는 방법'은 왜 말하지 않나... 무라세 다카오의
신혼 1년 차에 남편의 친할머니를 뵈러 가는 길이었다. 시내에서 한참 떨어져 바다와 가까웠던 그곳은 요양원이었다. 초등학생 시절,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려고 들렀던 양로원 이후 '어르신들로만 채워진 장소'는 오랜만이었다. 무념무상으로 친척들의 뒤를 따랐고 몇몇 어른의 손에는 마실 거리와 도시락이 들렸다. 외딴곳에 덩그러니 세워진 건물에 얼얼해져 눈만 껌벅이다가 어느 6인실, 침대에 앉은 한 사람을 맞닥뜨렸다.
일본 후쿠오카의 노인요양시설인 '요리아이', 여길 운영하는 무라세 다카오가 쓴 책 를 읽으며 상상해 보았다. 가족이 떠난 후 할머니의 저녁 자리를. 침대 머리맡과 잠들기 전 내다봤을 창가 너머의 색채, 한 세기 가깝게 사는 사람이 꾸었을 꿈을.철없을 새댁을 어찌 느끼셨을지, 가족이 가고 난 뒤 마음이 텁텁하진 않으셨을지 골똘해지다가 그 또한 그가 마주한 어느 하루의 풍경 중 하나일 거라고, 여전히 철없는 마음을 다독였다. 그의 마음을 헤아리는 상상을 한 것인데, 이 책의 저자 무라세 다카오식으로 말하면 그 순간만큼은 어쩌면 할머니와 나는 '동기화'가 된 걸지도 모르겠다.
돌봄 노동자를 묘하게 위로해주기도 하는 고령자들의 에피소드는 이 책의 백미인데, 마치 만담 같다. 노쇠에 관해 갖는 편견을 깨는 회초리 같은 문장에 멈춰 서는 대목도 이정표처럼 펼쳐진다. '늙어서 어떻게 살까?' 고심하는 세대들이 읽었으면 하는 이유다. 입소자들은 억지 재활 대신 야외 데크를 거닐며 광합성을 한다. 식사 시간은 더욱 특별하다. 똑같은 모양의 식판에 음식을 내지 않는다. 요리아이의 식탁이 우리의 미래가 된다면 아주 조금은 마음 놓고 늙을 수 있지 않을까.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요양시설에서 일하는 동료를 저자가 독려하는 방식이다. 밤새 수시로 깨는 고령자 탓에 잠 한숨 못 자는 어린 요양보호사에게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그래서 몇 번째 일어나셨을 때 할머니를 때리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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