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수업료] 사내 최초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근무자'가 되어 보니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년 6개월의 육아휴직을 거쳐 아이가 18개월이 될 때쯤 복직했다. 양가 부모님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기에 복직 전부터 도우미를 구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정부 지원 도우미, 맘톡방과 맘카페를 통한 도우미, 그리고 도우미 구인구직 사이트 등을 활용했지만 도우미들의 장기근속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복직 1년여 만에 나는 사내 최초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근무자'가 되었다. 내가 어렴풋이 들어보기만 했던 그 제도의 당사자가, 그것도 최초로 될 줄은 몰랐다. 인사 담당자도 해당 제도를 잘 몰랐던 시절이라 직접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 등의 문을 두드려 제도를 이해하고 신청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9개월의 단축근무로 약 1000만 원의 연봉이 깎였다. 9개월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근무를 시작하며 던진 질문은 이렇다. ▲ 육아기는 언제까지인가? ▲ 근로시간 단축을 하루 몇 시간 할 수 있는가? ▲ 유급인가, 무급인가? ▲ 무급이면 얼마나 월급이 깎이나? ▲ 기본급 외에 시간외수당, 성과급은 얼마나 영향을 받나? ▲ 근무시간이 단축된 만큼 업무도 줄여주나? ▲ 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은 없나? 이 질문에 정확하게 답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실제로 제도를 사용해 봐야만 아는 답변도 있고, 법에선 보장하지만 회사에서는 보장하지 않는 문화란 게 있기 때문이다. 내가 9개월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하며 뼛속 깊이 깨달은 교훈은 단 하나다."내 밥상은 내가 차려야 한다." 회사에서 개인 사정이나 특수한 사정을 봐주며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은 없다. 어쩌면 그건 당연한 이치다. 따라서 새로운 재료를 사용한, 남들과 다른 밥상이 필요하다면 그 모든 것은 자신의 몫이다. 가급적 그 누구도 내 밥상을 엎을 수 없는 재료들, 이를테면 근로기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 등을 사용해서 말이다.법이 차려준 답은 이렇다. 육아기란 만 12세 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의 자녀를 키우는 기간을 말한다. 이때 자녀의 나이 기준은 육아기 단축근무를 신청할 당시의 기준이다. 그러니까 올해 6월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어서 단축근무를 1년 신청했는데, 내년 3월 아이가 중학생이 됐어도 신청 기간만큼은 사용이 보장된다. 사용기간은 1년이지만, 육아휴직 미사용 기간의 2배를 가산한 만큼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육아휴직을 6개월만 쓴 경우, 복직 후 육아기 단축근무를 희망한다면 1년 그리고 육아휴직 미사용 기간 12개월을 더해 최대 2년을 쓸 수 있는 셈이다. 만약 공무원이거나 소속 회사가 공공기관으로 법적 유급 육아휴직 1년이 아닌 최대 3년을 보장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무급기간도 2배 가산하여 육아기 단축근무기간으로 전환할 수 있다. 사내 복무지침이나 규정집에 이에 대한 제한이 걸려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하루에 얼마나 사용할 수 있는가 하면, 3시간에서 7시간까지 가능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용하는 시간이 곧 돈이라는 점이다. 하루 2시간 단축할 때와 3시간 단축할 때 연봉에 영향을 주는 모든 급여의 단가가 달라진다. 이제부터 '돈'과 '조직문화'에 관해 내가 손수 차려본 답을 공유할 차례다. 내가 처음 육아기 단축근무를 하루 3시간 할 때는 매월 받는 월급만 달라지는 것으로 착각했는데 아니었다. 초과근무의 단가, 성과급 등 근무시간에 비례하여 산정되는 모든 급여 형태에 영향을 준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단축근무를 쓴 해에 받는 연봉은 생각보다 더 많이 깎인다. 더 큰 단점은 기본급 개념을 쓰는 회사의 경우 연봉 삭감이 다음 해와 그다음 해에도 계속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9개월간 하루 2~3시간의 단축근무를 하고 나니, 실제로 같은 직위를 갖고 있는 그룹 내에서 거의 최하위 연봉 수령자가 됐다. 1000만 원 정도 연봉이 깎였으니 후배들보다도 낮은 연봉 테이블을 갖게 된 셈이다. 물론 정부에서 일부 보전을 해준다. 사후보전금인데 단축근무를 사용한 후 다음 달에 신청할 수 있다. 급여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후보전금을 합쳐도 본래 받는 기본급보다는 적은 금액이다. 한 가지 더 간과해선 안 되는 사실이 있다. 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하기 전 3명의 도우미를 고용했다. 도우미의 평균 시세 월급을 120만 원 정도로 계산했을 때 9개월을 쓸 경우 약 1000만 원 정도가 든다. 매월 수지타산만 따지자면 도우미를 쓰는 쪽의 비용이 더 크다. 타인의 손에 아이를 맡기기 때문에 여러모로 불안할 수 있고, 그만둘 때마다 다시 구하는 여러 거래비용 등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정부 지원 도우미를 고용할 경우 비용을 어느 정도 아낄 수 있지만 정부 지원 도우미는 워낙 경쟁률이 세고, 이 역시 부모의 급여 합산 금액별로 지원 비율이 정해진다. 딱 1년간 단축근무를 하거나 도우미를 쓸 경우 당장의 비용은 후자가 크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계속해서 다닐 회사라면 기본급 테이블에 영향을 주므로 단축근무가 끝난 후에도 급여에 영향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무급 육아기 단축근무를 쓸 것이다. 도우미를 구하는 데 드는 스트레스와 고용 후에도 도우미와 아이가 적응하는 문제, 이후에 도우미가 또 그만두는 문제 등을 생각하면 육아기 단축근무를 쓰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경제적 상황이 허용하는 한 말이다.그렇다면 월급이 깎이는데 단축근무 기간 동안 업무도 단축해 줄까? 예를 들어 하루 8시간 근무 중 4시간 이하로 근무하게 될 경우라면 대체인력을 구할 수 있겠지만, 하루 2~3시간의 단축근무를 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나의 경우 3개월은 3시간, 6개월은 2시간 단축근무를 했다. 회사에서 대체인력을 구하지 않았고, 팀 내 업무 분장도 별도로 이뤄지지 않았다. 즉, 근무는 단축해도 업무는 단축되지 않았다. 아마도 육아기 단축근무가 아직 소수만이 쓰는 제도이고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법은 바뀌어도 조직문화는 쉬이 바뀌지 않는 법이니까. 현재로선 초 집중력을 발휘해 근무시간 내 근무를 최대한 소화해 내는 게 답이다. 퇴근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내 아이이기 때문에 엄청난 집중력이 발휘된다, 다행히도.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을 준수하는 회사라면 대놓고 하는 차별은 불법이다. 이를 모르는 인사 담당자는 없다. 그러나 듣기 싫어도 듣게 되는 말, 억울한 말들이 종종 내 귀에 들릴 수 있다. 나 역시 그랬다. 단축근무로 오후 4시에 퇴근하면서 정말 땡 하면 퇴근하냐며 일이 없는 거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업무평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과를 냈지만, 그래도 8시간 근무하는 사람들과 비교해 점수를 더 줄 수는 없다는 후문도 있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근무자에게 그 어떠한 차별이나 불평등도 줘선 안 된다는 법이 제정돼 있지만, 현실적으론 법이 아닌 조직문화가 바뀌어야만 완성된다. 조직문화는 현상을 진단하는 게 먼저인데,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가족친화문화컨설팅'이 있어 받아볼 만하다. 나도 이 컨설팅을 신청해 회사의 가족친화 문화 수준을 진단받았는데, 꽤 유용한 정보를 많이 들었다. 결국 돌고 돌아 중요한 것은 '관심'이다. 직원, 특히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관심이 있어야 제도가 '그림의 떡'이 되지 않는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도 절박한 워킹맘으로 제도를 찾고 컨설팅을 받았기에 해당 분야에 대해 잘 알게 됐다. 미혼일 때와 아이가 없었을 때는 관심 없던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탁상공론이 문제가 아니라, 그 탁상에 누가 앉느냐가 문제인 거다. 덧붙이는 글 현직 워킹맘의 모든 정보와 팁을 공유해드립니다. 문의는 fransoya@naver.com #워킹맘 #육아기근로시간단축 #육아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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