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방송이 이미 뜬 연사를 비싼 값에 섭외한다면, 우리는 ‘저평가 우량주’를 발굴하는 거죠. 이제까진 노벨상 수상자를 섭외했다면 앞으로는 〈위대한 수업〉에 나왔던 사람이 노벨상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김영화 기자
경기 고양시 EBS 본사 로비에 들어서자 기둥마다 자리를 꿰찬 〈위대한 수업〉 시즌 3 홍보물이 눈에 띄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시린 에바디, 폴 로머 등 노벨상 수상자들의 얼굴 옆으로 ‘세계 최고의 지성을 만나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이 포스터를 다 붙였는데 갑자기 촬영을 못하겠다 하는 분이 나타난 거예요.” 〈위대한 수업〉을 시즌 1부터 맡아온 허성호 PD에겐 아찔한 순간 중 하나다. 포스터를 떼야 하나 수습하던 와중에 “태어나서 쓴 가장 비굴한 영어 편지” 석 장을 보내고서야 그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었다고 한다. “수명이 계속 단축되는 느낌”이라며 허 PD가 웃었다. ‘한국 방송 역사상 최고의 라인업’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에 서려 있는 제작진의 애환이었다. EBS 〈위대한 수업〉은 공영방송 위기 시대에 ‘수신료 70원의 기적’이라는 드문 수식어를 얻은 프로그램이다.
특히 국내에서 지명도가 높은 인물이 대거 나온 시즌 1이 끝난 뒤 고민이 깊어졌다. 화제성은 높았지만 백인 남성 위주라는 한계가 있었다. 그때부터 국내 전문가 13인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1년에 두세 번 정기회의를 통해 강의력과 연구 실적 등을 검증한다. 시즌 2부터는 젠더와 인종이 다양한 연사를 구성하려 노력했고 시즌 3엔 역대 최다 노벨상 수상자 출연으로 주목받았다. 섭외부터 방영까지 대략 6개월 정도, PD 여섯 명을 포함해 30명 남짓한 국내 제작진이 만들어낸 성과다. 섭외의 비법을 묻는 질문에 허 PD는 이렇게 답했다. “사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은 돈을 주고 섭외한 거예요. 진짜 어려운 섭외는 미디어에 잘 등장하지 않지만 탁월한 연구 실적을 내놓고 있는 사람을 굉장히 저렴한 비용에 섭외하는 것입니다.” 3년째 방송을 총괄하면서 ‘좋은 섭외’가 무엇인지 궁리하게 된다. 프로그램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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