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단·증오의 유튜브…한국 정치 판을 흔들다

정재관 고려대 정외과 교수는 '이게 바로 양극화와 혐오가 심화된 한국의 정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진보 유튜버 입장에선 KBS가 문재인 정부 때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됐다가 현 정부 들어 보수 성향으로 바뀌었다고 보고 공세를 펴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입사 3년차인 KBS 카메라 기자는 '유튜버들은 성향에 따라 못 가거나 안 가는 현장이 있는 것 같다'며 '예를 들어 이태원 참사 기자회견이나 이번 서울대병원 현장은 보수 측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 보니 보수 유튜버들이 스스로 안 가거나 제지를 당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의 한마디에 유튜브 공간이 순간 들끓었다. “색깔이 다른데, 결사반대!” “거기는 괜찮아요.” “그래도 왜 왔는지 물어봐요.” 2022년 6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막 이삿짐을 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현장을 취재하던 한 언론사 기자가 특정 성향의 유튜버와 마주했다. 그는 “무슨 원맨쇼를 하듯 유튜버가 구독자들과 실시간 회의하더니 ‘취재를 허가한다’고 통보하더라”며 “순간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벽에 맞닥뜨린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현장은 기자 반, 유튜버 반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들 정치 유튜버는 최근에도 ‘한동훈 아동학대’ ‘이재명 젓가락쇼’ 같은 자극적인 소재와 말초적인 언어를 앞세우며 맹목적인 팬덤층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 현실의 부정적 단면인 양극단의 정치, 증오와 혐오의 정치가 확대 재생산되는 데 있어 정치 유튜버들이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유튜버와 구독자 모두 극단으로 흐르기 쉬운 분야가 바로 정치”라며 “무엇보다 돈이 되기 때문에 너도나도 정치 유튜버가 되고, 구독자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아니면 말고’ 식의 자극적인 소재를 끊임없이 찾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광팬 모아 정치를 돈벌이 수단 삼는 ‘신념 산업’ 종사자, 그들만의 알권리·팩트에 갇히다 “유튜버들이 브리핑장을 습격해 기자들마저 취재 제한을 받는 것 같아요.” “왜 취재기자만 출입을 허용합니까. 우리도 알 권리가 있잖아요.” 다양한 콘텐트 제공과 쉬운 접근성, 댓글의 익명성에 따른 고도화된 개인화, 강력한 추천 기능 등은 유튜브의 강점이자 단점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도 2021년 우리나라에서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 유통 문제가 가장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는 플랫폼으로 유튜브를 꼽았다. 정치 양극화와 혐오의 정치를 부채질할 우려가 가장 크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우선 알고리즘.

알고리즘에 따른 추천 동영상을 계속 보게 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나.“데이터가 많아질수록 ‘확증 편향’이 강해진다. 확증 편향은 쉽게 말해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이다. 유튜브는 추천을 통해 확증 편향을 강화한다. 그런데 가용성 편향 또한 강화된다. 특정 성향의 유튜브를 계속 보면 ‘세상의 여론이 이렇구나’ 생각하게 된다. 특이한 건 사고는 한쪽으로 쏠리면서 행위는 과격해진다는 점이다. 반대 여론은 사소하게 느껴진다. 이재명 대표를 습격한 범인도 ‘이게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유튜버들이 자극적인 언어를 쓰는데.“사견임을 전제로, 돈이 되면 사람이 많이 모이고…. 다른 유튜버와 차별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지 않을까. ‘부정성 편향’은 대중이 부정적인 정보에 주의를 더 기울이게 된다는 심리인데 ‘나도 부정적인 내용으로 유튜브를 하면 차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그게 효과가 좋다는 걸 체험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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