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민족주의와 국경에 갇힌 안중근···“‘조작된 허구’의 ‘장엄한 역사’ 편입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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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순(창원대 사학과 교수)이 기자를 만나자마자 이끈 곳은 서울 남산 안중근기념관 앞 동상이다...

도진순이 기자를 만나자마자 이끈 곳은 서울 남산 안중근기념관 앞 동상이다. 동상 하단부에 새긴, 유묵에서 따온 ‘大韓國人’을 가리키며 말했다. “대한국은 ‘대한제국’을 뜻합니다. 즉 ‘대한국인’은 ‘대+한국인’ 즉 ‘위대한 한국인’ ‘영웅’이 아니라 ‘대한국+인’ 즉 ‘대한제국의 국민’ ‘One Korean’이란 뜻입니다. 이름 앞 국명 ‘대한국’은 국제용이라는 것입니다. 이 서명 유묵을 받는 이는 외국인라는 걸 의미하고요. 그런데 우리는 보통 안 의사의 국제용 서명인 ‘대한국인’을 국내용으로, 또 ‘대+한국인’의 영웅으로 해석하기 일쑤입니다.”그는 안중근의 ‘대한국인’을 축구 응원 구호 ‘대~한민국’에도 비유했다. “‘대~한민국’은 국내 K리그용이 아니라 국제적 A매치나 월드컵 경기에서 하는 응원구호다.

‘동양대세’와 ‘사군천리’로 시작하는 안중근의 유묵. 도진순 교수는 안중근이 이 유묵을 뤼순 감옥에서 신문을 진행한 사카이 요시아키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 동양대세는 ‘근배’가 지워졌다. ‘사군천리’엔 근배는 남았지만 ‘증’과 수증인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안 의사의 동양평화 핵심은 ‘문제는 일본이다’ ‘일본이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평화를 뒤흔드는 파괴범은 개화를 안 하거나 못 하고, 야만적이라고 비난 받는 사람들이 아니라, 문명화하고, 많이 배우고 잘 났다고 하는 일본인들이라고 비판한 겁니다.” 이어서 도진순은 “약소국과 강대국의 싸움에서 국가 대 국가의 싸움으로는 약소국이 이길 수가 없다. 그러니 ‘인간 대 인간으로 누가 옳은지 보자’며 국경을 넘어서는 것이 약소국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도진순을 만난 건 안중근 의거일을 4일 앞둔 지난 22일이다. “사형 선고일인 2월 14일, 순교일인 3월 26일, 의거일인 10월 26일은 거룩한 날이지만, 한편으로는 안중근에 대한 또 어떤 희한한 이야기들이 등장할지 조금은 우려스럽기도 한 날들입니다.” 도진순은 이 편지를 두고 “이제는 일정한 병리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씨를 뿌린 사람과 더불어 대중들이 환호하는 ‘애국주의’가 배양의 온상이 되었다. 조작된 허구가 ‘장엄한 역사’로 편입되는 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호의를 지닌 주제일수록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려는 엄정성, 애국적 주제일수록 비판적 사유가 허용되는 학문적 개방성이 견실하게 확보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패러다임에 갇힌 또 다른 오류가 일본에 천자문을 전해준 왕인 이야기다. “우리는 왕인이 일본에 간 걸 두고 일본이 하수라고 부르는데, 일본은 당시 한반도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이 ‘천황’ 품으로 들어왔다고 여겨요. 왕인은 일제 강점기 내선일체의 대표적인 역사 아이콘입니다. 식민주의의 전형적인 코드가 왕인입니다. 그런 취지에서 만든 왕인비가 일본 우에노 공원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선일체 운운할 수 없으니까 이 왕인비 안내판은 철거되고 없습니다.” 왕인이 내선일체의 역사적 아이콘이었다면 살아있는 상징이 바로 영친왕이었다고 도진순은 말한다.도진순은 안중근, 독도,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를 “한국 역사 연구자들의 무덤”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만큼 정해진 패러다임으로 인한 오류가 많습니다. 사람이 ‘거짓말’을 할 수도, ‘거짓’을 말할 수도 있죠. 후자는 사실인 줄 알고 나중에 보니까 거짓인 경우인데, 허다하게 있습니다.

도진순은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훌륭한 경지에 이른 시기는 사형 선고를 받은 3월 26일부터 죽음에 이르는 40일이라고 말한다. “‘자기 목숨을 제단에 헌납해서 동아시아 평화를 이루겠다’는 가장 위대한 점을, 애국주의와 민족주의에 가려진, 좁은 시야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한 채 ‘탕, 탕, 탕!’만 기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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