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남성의 극우화... 이들은 왜 '역차별'이라고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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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시기, 내 아들이 대통령을 '극혐'(극도로 혐오)한다고 말했을 때 처음엔 믿기 어려웠다. 그는 문 대통령의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발언이나 여성가족부의 정책들을 비판했다. 뜻 밖에도 이준석·하태경 등 당시 국민의힘 정치인들에게는 호감을 표했다. 이들을 '남성 청년을 대변하는 정치인'이라 여...

문재인 정부 시기, 내 아들이 대통령을 '극혐'한다고 말했을 때 처음엔 믿기 어려웠다. 그는 문 대통령의"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발언이나 여성가족부의 정책들을 비판했다. 뜻 밖에도 이준석·하태경 등 당시 국민의힘 정치인들에게는 호감을 표했다. 이들을"남성 청년을 대변하는 정치인"이라 여기는 듯했다. "네가 속고 있는 것"이라며 애써 설득하고 달래도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내 아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많은 2030 남성 청년들이 '여가부 폐지'를 외치고, 민주당을 '페미가 장악한 정당'으로 규정하며 등을 돌렸다. 도대체 언제부터, 왜 이들은 이토록 급격하게 보수화된 것일까? 배수찬 박사의 책 는 이러한 물음에 깊이 있는 해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그 기원을 노무현 정부 시기로 소급한다. 당시에 급성장하던 온라인 커뮤니티, 특히 '디시인사이드'에 주목한다. AD 그에 따르면 참여정부의 이상주의에 실망한 청년들이 허약한 권력자를 조롱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던 문화가 2010년 '일간베스트'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곳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5월 광주를 조롱하는 말들을 유행시키며 시나브로 청년들 정치 정서를 변화시켰다. 이명박 정부 시기, 국정원 심리전단이 이에 편승해 보수 여론을 부추기며 온라인 여론을 조작한 사실도 저자는 언급한다. 진보 세력에 대한 비방과 왜곡이 디지털 공간에서 광범위하게 확대 재생산되었고, 그 영향이 상당 기간 2030 세대의 정치적 감수성에 스며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 주도의 심리전은 여전히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 보다 본격적인 탐구가 필요한 지점이다. 그러나 단순히 외부 조작 때문만은 아니다. 2030 남성 청년들은 진보 정치 세력의 '위선과 무능'에 크게 실망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선언했지만, 실제 정책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부동산 폭등, 취업난, 자산 양극화 등 현실의 고통은 '영끌'·'빚투'로 버텨야 했던 청년들에게 깊은 좌절을 안겼다. 특히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은 이들에게 '공정'이란 구호의 허구성을 명확히 각인시켰다. 반면 이를 수사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정의의 화신처럼 인식되었다. 기성세대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준석과 그를 지지하는 청년들은"복지나 배려보다, 공정하게만 해달라"고 요구한다. 학벌과 스펙 경쟁 속에서 자란 이들은 규칙의 공정성에 매우 민감하며, 정부의 소수자·여성 정책을 '역차별'로 받아들인다. 특히 '남성의 군 의무복무'는 가장 큰 분노의 원천이다. 군 복무는 강제이고, 급여는 적으며, 제대 후 실질적 보상도 부족하다. 그런데도 여성의 출산은 '선택'으로 여겨지고, 사회적 인식이나 정책적 보상이 군 필자에 비해 월등하다고 여긴다. 이런 점이 2030 남성 청년들로 하여금"남성만 희생하는 사회"라는 인식을 강화시켰다는 것이다. IMF 이후 치열해진 공무원 시험 경쟁 속에서 폐지된 군 가산점 제도는 이런 인식의 기원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이다. 1999년 헌재의 위헌 판결 이후, '역차별'에 대한 불만은 소리 없이 꾸준히 쌓였고 비등점을 향해 치솟았다. 기성세대가 이를 예감하게 감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오늘날 이 세대가 바라보는 좌파는 '무능력하고 의존적인 집단'에 가깝다. 저자는"청년들은 자본주의를 너무나 확고히 긍정"하며, 좌파의 비판적 담론에는 큰 관심이 없다고 진단한다. SNS와 유튜브를 통해 확산된 극단적 개인주의, 자기표현 중심의 콘텐츠 환경은 공감보다 조롱에 더 익숙한 문화를 키웠다. 저자가 '일베의 황금기'라 칭한 이 시기, '응디시티' 같은 노무현 조롱 영상이 1,6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사례에서도 그 일단을 볼 수 있다. 4050세대는 분노하지만, 2030은 '밈'으로 소비하며 웃는다. 세대 간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그렇다고 해서 2030 남성 청년들을 쉽게 '극우'나 '혐오 세대'로 단순 규정해선 안 된다. 저자는 이들을"영혼이 좌절된, 그러나 자존심 강한 세대"로 본다. 그들은 약자지만 약자 정체성을 거부하고, 권위를 불신하면서도 인정욕구가 강하다. 이들을 외면하거나 비난하는 대신, 그 내면을 이해하고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젠더 갈등, 세대 갈등이 이처럼 깊어진 데에는 이를 의도적으로 부추긴 세력의 책임도 크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정보 왜곡, 가짜뉴스, 혐오 콘텐츠의 범람은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렸다. 현실 세계에서는 갈등의 온도가 덜한 편이다. 반면 온라인 상에서는 과도하게 증폭된 젠더 전쟁이 현실 감각을 왜곡시킨다. 이처럼 뒤틀린 여론 형성과 혐오 조장을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방관해선 안 된다. 정보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회복하려면, 모든 세대가 정보 분별력과 미디어 리터러시를 높여야 하며, 극단적 혐오 표현을 퍼뜨리는 플랫폼과 커뮤니티에 대한 사회적 감시와 제재도 필요하다. 공영방송을 비롯한 공적 정보기관의 신뢰 회복과 역할 강화도 꼭 필요하다. 사람은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세대·젠더 갈등은 단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와 해석, 이해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다. 배수찬 박사의 책은 그 갈등의 뿌리를 날카롭게 짚어낸다. 이 뿌리를 외면하지 않고 제대로 직시할 때, 비로소 세대 간 대화와 사회적 치유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겨자씨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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