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은 왜 우울한가... '미친 여자들'이 증명해온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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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의 뉴스 비틀기] '여성 호르몬 탓'이라는 백래시... 사회적 맥락에서 재해석해야

2016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출판가에는 '미친 여자들'에 관한 책이 넘쳐났다. 20대 여성의 기분부전장애를 다룬 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데 이어, 알코올 중독과 거식증을 앓았던 미국의 저널리스트 캐럴라인 냅의 유고 에세이집 도 30‧40대 여성들 사이에서 널리 읽혔다. 2021년에는 성 불평등하게 찾아오는 우울에 관한 사회과학서 와 이 나란히 출간됐다.우리나라 우울증 환자가 1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20대 여성이 가장 많다는 최근의 보도는, 그래서 놀랍지 않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울증 환자 수는 100만 744명이다.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2018년에서 2020년까지 해마다 4만 명 남짓 늘던 우울증 환자 수는 2020년을 기점으로 한 해에 8만 명씩 증가했다.

우울증 환자가 늘어난 까닭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나온다.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전 같지 않아 병원 방문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것, 사람들 간 사회적 고립이 심화됐던 코로나19 팬데믹이 기폭제라는 진단도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2020년 3월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격상시킨 것을 감안하면 우울증 환자 수가 2020년부터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필연적인 일로 보인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청년 여성들은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 공간에 자신의 심적 고통에 대해 직접 토로하기 시작했다. 그즈음 일어난 강남역 살인사건, 미투 운동, N번방 성착취 사건 등은 이들의 억압돼 있던 울분을 밀어 올리기에 충분했다. 강남역 살인사건 등을 두고"살아남았다"던 반응이야말로, 언제든 젠더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을 내내 안고 살았던 여성들의 현실을 반영한다.

코로나19라는 공통의 변인을 놓고서도, 사회적 재난 앞에서 더욱 취약했던 여성의 형편을 고려해야 한다. 팬데믹 기간 동안 만 25~54세 여성의 42.6%가 경력 단절을 경험했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조사에서는 35%였던 수치가, 3년 새 7.6%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한국 남성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격차는 2021년 기준 18%포인트를 넘어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1.7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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