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 충격적인 사건 후에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견고딕-걸’newsvop
발행 2023-02-22 16:08:23연극 '견고딕-걸' 속엔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여러 구멍이 연달아 나온다. 바로 맨홀, 싱크홀, 블랙홀이다. 바로 그 속에 빠져버린 사람들이 있다. 그 중엔 자신을 세상에서 숨기기 위해 견고딕체처럼 검은색으로 두껍게 치장한 수민이도 있다.
여기서 관객의 이해는 가해자 가족인 수민네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깊은 구멍에 빠진 인물들을 바라보게 만든다. 인기 강사 진희, 기상대원인 우철 등의 이야기가 초반에 파편화된 조각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그 과정엔 구멍의 끝자락에서 말을 걸어주는 여러 사람도 있다. 윤미나와 강현지가 그들이다. 어쩌면 이들 역시 '그 사건' 뒤에 남겨진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이들은 괴로운 순간을 관통해야 하는 수민 곁에서 갑옷 같은 견고딕을 함께 부순다. 극이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작품을 쓴 박지선 작가의 말처럼 답답한 견고딕체가 부드럽고 유연한 함초롬 바탕체로 변해간다.
무엇보다 작품이 품고 있는 라이브 음악성이 컸다. 타악기와 건반이 두꺼운 견고딕 성을 쌓고 다시 무너뜨리기를 반복하며 대사와 장면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뮤지션 고수영, 윤두호, 최율태의 연주는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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