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외출한 후 귀가가 특별히 늦지 않으면 매일 저녁, 집에서 가까운 동네시장을 들른다. 내가 뒤늦게 살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은퇴하기 전과 비교하면 지금의 내 모습은 그야말로 '천지개벽'이다. 어린 시절 부엌에 얼씬도 말라고 배우고 자랐던, 나같은 1955년생 남성에겐 대단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
급격한 고령화와 충분치 않은 노후대비는 노후생활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1955년생, 은퇴 후 전업 살림을 하는 남편으로서의 제 삶이 다른 퇴직자와 은퇴자들에게 타산지석과 반면교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 외출한 후 귀가가 특별히 늦지 않으면 매일 저녁, 집에서 가까운 동네시장을 들른다. 내가 뒤늦게 살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은퇴하기 전과 비교하면 지금의 내 모습은 그야말로 '천지개벽'이다.
어린 시절 부엌에 얼씬도 말라고 배우고 자랐던, 나같은 1955년생 남성에겐 대단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매끼 무엇으로 식사를 준비하고 먹을지를 정하는 게 살림의 주요 내용이라는 걸 안 이후, 시장은 내가 거의 매일매일 가는 곳이다. 여기서 물건 보는 법을 아내에게 배우는 한편, 이전엔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삶의 교훈을 배우고 접하고 있다.처음에는 아내가 적어준 구입 메모와 달리, 엉뚱한 물건을 사거나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명절 등 큰 장을 볼 때는 여전히 아내를 대동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장 보는 것은 내 소관으로 자리 잡았다.내 나름에는 싸다고 샀는데 시들고 오래된 채소를 골라온 거라서 아내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 같은 물건이라도 천태만상이라는 걸 알게 됐다. 어느 정도 연륜이 쌓인 지금은, 장 보는 리스트 작성은 기본이고 언제든 시장 갈 태세를 늘 갖추고 있다.예전에는 아내가 매일 시장에 가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한 번에 많이 사서 두고 먹으면 되지 생각했다. 그게 아니다. 시장은 뭔가 새로운 것들이 들어오고 활력을 주는 곳이다. 아내도 외출했다가 가끔 장을 본다. 아내는 이때 내게 살 물건을 물어보거나 확인한다. 아내가 장을 볼 필요가 없을 만큼, 그만큼 남편인 내가 장을 자주 봐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필요한 것을 돕겠다는 뜻이다. 어제는 아내를 시장에서 우연히 만났다. 약속되지 않은 만남이었다. 내가 시장 마트에 들러서 장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아내를 마주친 것이다. 아내의 출현을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여기 웬일이야?"라고 나는 물었다.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는 둘 다 거의 장을 마칠 즈음 만났다. 나는 막걸리와 안주거리, 상추, 호박 등을 구입하고 아내는 오이와 부추 등 오이소박이 재료를 산 모양이었다. 나는 아내가 산 물건들을 내 바구니로 옮겨 담았다."오이소박이를 또 만들려고?"아내와 이렇게 시장에서 만나기는 처음이다. 아내는 반가워 내 팔짱을 끼웠다고 했는데 나는 기억에 없다. 내가 그만큼 무감각했다는 이야기인 것 같아서 미안했다.아내는 우리의 만남을"흥미로운 사건'으로 분류했다. 나는 나대로 아내가 장보기를 도와주려 온 귀인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최근 자주 보는 TV 프로그램 중에 라고, 해외여행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못 가본 세상의 풍광이 아름답지만 내 눈을 끄는 장면은 따로 있다. 여행지의 노부부들 모습인데, 특히 남편들의 헌신적인 모습이다.그래서인지, 그날 우연히 시장에서 마주쳤던 아내에게 보다 정답게 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돌아서서 가만 생각해 보니, 아마도 그날은 아내가 병원에 다녀온 후 시장에 들른 것이었다. 내가 그날 아내를 보고"웬일이야?"라고 물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어서"병원은 잘 다녀왔어?" 하고 안부를 물었어야 했는데 깜빡 놓치고 말았다. 아내는 그날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을 텐데, 조금 더 다정하게 안부를 물어봤다면 좋았을 것을. 누군가는 내 이런 모습을 보고, 겨우 시장에서 만난 걸 가지고 꽤나 호들갑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부부간 감정 표현에도 미묘한 균형이 필요하고, 오래 같이 살았어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시장 갔다가 우연히 아내를 마주치고 배운 인생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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