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푸는' 어르신들 덕에 수업 잘 '푸는' 기술이 쌓인다
늘 웃는 얼굴인 어르신은 유치원 졸업사진을 가져오셨다. 그 나이대 어르신들은 무표정으로 있으면 화난 것처럼 보이는 게 일반적인데 무표정일 때조차 옅은 미소가 있었다. 사진을 보고 내가 말했다.
나는 약간 호들갑을 떨었다. 어르신은 다른 때와 달리 적극적으로 내 말을 받아주지 않으셨다. 이상했지만 나도 더는 묻지 않았다. 각자 사진을 보며 15분 간 글을 쓰셨다. 후에 보니 그 분이 쓰신 글은 아버지의 외도와 그로인한 어머니의 슬픔에 대한 짧은 글이었다. 한 마디로 유치원이 없는 유치원 글이었다. 막히면 녹음해 보라고 내가 말했지만 이정도 날것의 녹음이 올 줄 몰라서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일단 칭찬을 가득 퍼드렸다. 처음부터 훅 들어가서 대면하기 쉽지 않은데 대단한 일 하셨다고, 일단 글이 될지 여부는 나중이고 일단 다 풀어 보시라고, 그러다 혹시 좋았던 기억도 있으면 그것도 같이 하시라고 했다. 어르신은 좋은 기억은 절대 없다고 단호하게 자르셨고, 다음 파일은 오지 않았다. 당황한 내 마음을 들킨 거 같았다.
내가 드릴 건 오직 칭찬 뿐이었다. 이렇게 생생한 이야기가 들어가면 독자도 더 공감할 거라고, 그러면 사적인 이야기가 '우리' 이야기가 되는 거라고 했다. 어르신은 내 칭찬에 유치원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보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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