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를 스위스답게 만든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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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국의 교차로에서

기차의 차창 밖으로 보인 풍경은 놀라웠습니다. 밀라노 도심을 벗어나 스위스 땅에 접어들자, 높은 산맥과 넓은 초원이 보였습니다. 어느 화물역 옆으로 큰 폭포가 떨어지고 있는 모습도 봤습니다.

그러니 스위스의 도시를 만나는 감각은 유럽의 다른 대도시와는 달랐습니다. 높은 산맥을 넘어 큰 호수가 나타났고, 그 호수의 한 켠에 도시가 만들어져 있더군요. 순간 나타나는 호수와 도시의 모습이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강이 아닌 호수를 낀 도시도 오랜만에 보았습니다.하지만 기차를 타고 지나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눈에는 이 산이 아름다운 풍경이겠지만, 이 땅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요. 험준한 산악 지대에서는, 때로 살아남는 것 자체가 투쟁이기도 하니까요.스위스에서도 그랬습니다. 스위스라는 나라의 정체성은 이 알프스 산맥에서부터 출발했죠. 과거 스위스에 허락되었던 산업은 낙농업과 알프스 산맥을 오가는 길을 따라가는 중개무역 정도였습니다.중세 스위스는 신성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신성로마제국은 이탈리아 북부의 공업지대와 중부 유럽을 연결하는 도로와 다리를 만들었죠.

다만 그렇게 성장한 군사력으로 스위스는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중립국의 길이었죠. 스위스는 나폴레옹 전쟁 이후부터 국제 사회로부터도 중립국화를 인정받았습니다.국경 전부가 추축국 세력애 둘러싸인 2차대전에서도 스위스는 독일의 점령을 피해 갔습니다. 대신 독일은 스위스를 외부와의 접촉 창구로 이용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제국의 교차로에 선 위치를 현명하게 이용한 것이었죠.스위스는 이제는 부유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알프스의 무역로를 기반으로 한 중개 무역은 스위스의 도시 발전을 추동했습니다. 이탈리아와 지중해 세계를 서유럽과 중부 유럽으로 연결하는 지점이었으니까요.

정부도 집단지도체제로 꾸려져 있어서, 장관 7명으로 구성된 내각이 연방정부의 사무를 사실상 처리합니다. 물론 총리가 존재하지만, 그 역할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장관들 사이의 이견을 조정하고 합의를 이끄는 상징적인 수준에 그칩니다.제네바의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건물에 걸려 있는 UN의 깃발을 보았습니다. 스위스는 여전히 중립국이고, 그 덕에 여러 국제 기구가 스위스에 위치해 있죠. 정작 스위스가 UN의 회원국이 아니었던 시절부터 UN의 유럽 사무국은 제네바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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