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 키우는 노부부에게 ‘퇴로’가 없다

United States News News

손주들 키우는 노부부에게 ‘퇴로’가 없다
United States Latest News,United States Headlines
  • 📰 kyunghyang
  • ⏱ Reading Time:
  • 133 sec. here
  • 4 min. at publisher
  • 📊 Quality Score:
  • News: 56%
  • Publisher: 51%

신체적·경제적 능력이 부족해지는 조부모들의 ‘독박 육아’에 따른 문제는 자녀들의 정서적 돌봄 차원에서도 결핍을 낳는다는 지적이 많다. 조손가정 지원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이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낮은 편이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있어서였을까. 지난 2일 만난 성찬이는 기운이 넘쳐 온 집 안을 돌아다녔다. 물건을 찾는다며 무릎 높이의 서랍장을 단숨에 뛰어오르는가 하면, 반려견을 품에 안은 채 아파트가 떠나갈 듯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보다 못한 할머니 김신자씨가 강아지를 떼어놓자, 어느새 다시 데려와 온 방 안을 휘저었다. 걸음걸이조차 조심하는 게 요즘 아파트인데 저래도 괜찮을까.

김씨는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이미 아랫집과 옆집에서 여러 차례 와서 난리를 친 적이 있어요. 우리 애 상황을 설명해주니 그래도 요즘은 이해하시는 편이죠.” 성찬이는 다운증후군으로 지적장애2급 판정을 받았다. 10세가 됐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말할 때도 “강아지! 개밥!”처럼 단어를 끊어 외친다. 부모의 사랑도 기대할 형편이 안된다. 성찬이 아빠는 오랫동안 서울에 홀로 올라가 일을 했는데, 인천의 시댁에 남아 있던 엄마는 아들이 갓 돌이 지났을 무렵 남편과 이혼하고 자취를 감췄다. 아빠는 온몸에 화상을 입어 아이를 돌보기 힘들었는지 부모에게 성찬이를 맡긴 채 잘 오지 않았다. 그렇게 성찬이는 누나 재연이와 함께 2010년부터 할머니·할아버지의 13평 아파트에서 가족을 이뤘다. 성찬이 남매는 부모와 찍은 사진이 없다. 할머니·할아버지와 찍은 사진만 있을 뿐이다. 할아버지와 손자·손녀로 이뤄진 조손가정이 늘고 있다. 고령화와 가정 해체가 심화된 한국 사회의 단면이다. 신체적·경제적 능력이 부족해지는 조부모들의 ‘독박 육아’에 따른 문제는 자녀들의 정서적 돌봄 차원에서도 결핍을 낳는다는 지적이 많다. 조손가정 지원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이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낮은 편이다. 성찬이네 가정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모두 안고 있었다.■아들 뇌경색까지…“장애 아이 어떻게 키워야 하나” 한숨 성찬이의 경우 어디 가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데, 이 때문에 갑자기 자취를 감춰 경찰에 신고하는 일도 생겼다. 성찬이는 평소에도 갑자기 어딘가로 뛰어가는 일이 많다. 김씨는 얼마 전에 아이를 뒤쫓다 미끄러져 팔 인대가 끊어지기도 했다.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애를 봐줄 곳이 마땅치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상태다. 할아버지의 경우 현재 허리가 안 좋지만, 날마다 성찬이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등교를 시켜준다. 예전엔 가벼웠지만 날로 몸이 커져서 태우기가 쉽지 않다. 성찬이뿐 아니라 누나인 재연이도 사춘기를 맞아 신경을 써야 한다. 재연이는 중학생이 된 뒤 우울해 보이는가 싶더니, 요즘엔 학교 가기 싫다며 낮 12시가 되어서야 등교할 때도 많다. 재연이는 부모가 없다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한 적이 있고, 얼마 전에는 가족이 생활비 후원을 받는 TV광고에 나간 것을 친구들이 보게 돼 또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김씨는 “손녀는 내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데, 엇나갈까봐 차마 야단을 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재연이는 요즘 또래들을 보며 옷과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졌다. 하지만 노부부의 한 달 수입은 100만원가량. 김씨 앞으로 나오는 생계급여 50만원과 장애수당 20만원, 할아버지의 기초연금 30만원이 전부다. 사실 몇년 전만 해도 생계급여는 못 받았다. 성찬이 아빠가 미약하지만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김씨도 아직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김씨가 암 진단을 받아 일을 못하게 되고, 조손가정임이 인정된 뒤에야 일부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4인 가구의 기준 중위소득 461만원의 4분의 1도 안되는 금액으로 네 식구를 먹여 살리는 건 어려운 일이다. 김씨는 “손주들에게 어린이날 선물 한 번 제대로 해준 적이 없다”며 “우리 집에서 어린이날은 그냥 평상시와 똑같았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의 도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 활동보조사가 성찬이를 평일 낮 시간 동안 돌봐주고, 정부 지원으로 근처 장애인복지관의 인지·언어치료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었다. 복지단체의 도움도 받았다. ‘밀알복지재단’에선 성찬이의 뇌파 치료를 지원했고, 인천의 ‘삼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재연이에게 멘토 선생님을 붙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이용하는 제도는 장애인 지원이 대부분이고, 개수도 적다. 여성가족부가 조손가정에게 양육비 등을 지원하지만 김씨는 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노부부가 사는 삼산2동의 행정복지센터에서 이들의 얘기를 듣고 지원제도들을 연결해준다면 이상적이지만, 이곳의 복지공무원은 겨우 4명이었다. 혼자서라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를 찾아보면 다행이지만, 정보기기에 어두운 고령층에겐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은 있지만 전화로만 쓰니까 검색 같은 건 할 줄 모르지.” 김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장애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바로 자랄 수 있나.” 김씨는 이날 기자를 만나는 동안 수차례 이런 질문을 반복했다. 그는 인터넷이 익숙하지 않기에 주변에 장애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려 애썼다고 한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인지 그들의 속사정을 듣긴 좀처럼 어려웠다. “만약 내가 젊었다면, 장애아이를 키우는 방법을 좀 더 잘 알 수 있지 않았을까.” 김씨는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비슷한 또래의 다른 노부부들은 손주를 잠깐 맡아 키운 뒤 돌려보내지만, 김씨 부부의 양육에는 ‘퇴로’가 없다. 성찬이 아빠는 최근 뇌경색이 생겨 말하는 것조차 둔해진 상태다. 그런 아들에게 대놓고 남매를 데려가란 얘기는 할 수가 없다. 답답한 상황 속에 말썽을 부리는 손주들이 원망스럽기도 하다는 김씨. 하지만 혼내려 다가가면 쪼르르 달려와 뽀뽀 세례를 퍼붓는 성찬이의 모습에 그는 모진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김씨는 옆에 있던 성찬이가 물러가자 기자에게만 조용히 얘기했다. “내가 먼저 죽으면 어쩌나.” 이는 김씨를 비롯한 조손가정 노부부들의 오랜 고민이기도 했다.

We have summarized this news so that you can read it quickly. If you are interested in the news, you can read the full text here. Read more:

kyunghyang /  🏆 14. in KR

 

United States Latest News, United States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리뷰]트로이 시반 첫 단독 내한···‘어린왕자’가 머문 곳엔 차별도 편견도 없었다[리뷰]트로이 시반 첫 단독 내한···‘어린왕자’가 머문 곳엔 차별도 편견도 없었다“제 커밍아웃 경험에서 나온 곡이에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불러본 적이 없어요.” 지난 27일 서울 송...
Read more »

'최순실 본 적도 없다' 김학의 부인, 이번엔 안민석 의원 고소'최순실 본 적도 없다' 김학의 부인, 이번엔 안민석 의원 고소'최순실 본 적도 없다' 김학의 부인, 이번엔 안민석 의원 고소 안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페북에 '최순실을 모른다고? 모른다로 읽고 잘 안다로 해석한다'고 쓴 적이 있습니다.
Read more »

프로야구 ‘퀄리티 스타트’가 5강-5약 가른다프로야구 ‘퀄리티 스타트’가 5강-5약 가른다퀄리티스타트(QS). 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 던지며 상대 타선을 3자책점 이하로 막는 것을 말한다. 프로야구가 ‘5강’과 ‘5약’으로 뚜렷하게 갈린 것은 퀄리티스타트 횟수와 관련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야구 ‘퀄리티 스타트’가 5강-5약 가른다
Read more »

직장인 절반 일하는 '근로자의 날'…제각각 휴무에 혼란직장인 절반 일하는 '근로자의 날'…제각각 휴무에 혼란오늘은 노동절, 근로자의 날입니다. 쉬시는 분들도 있지만 의외로 쉬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많습니다. 누구는 쉬고 누구는 출근하다 보니 특히 아이 키우는 집에선 혼선이 적지 않습니다.
Read more »

'뱀 키우는 척' 더 은밀해진 외국인 마약 사범 123명 검거'뱀 키우는 척' 더 은밀해진 외국인 마약 사범 123명 검거대한민국 24시간 뉴스 방송채널, 실시간 속보 및 제보하기, 분야별 뉴스, 방송 프로그램 다시보기
Read more »

좁은 철창 속 반달가슴곰…규정 악용해 '몰래 불법 번식'좁은 철창 속 반달가슴곰…규정 악용해 '몰래 불법 번식'살아있는 곰에게서 웅담을 채취하는 비인도적 곰 사육을 없애기 위해 정부가 농장에서 키우는 곰은 개체 수를 늘리지 못하도록 해왔습니다. 하지만 몰래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 불법 번식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Read more »

김관영, 유승민 발언 비판…'한국당과의 통합·연대 없다'김관영, 유승민 발언 비판…'한국당과의 통합·연대 없다'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3일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이나 연대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미래당은 민생개혁 정당이고 한국당은 반개혁세력을 규합하려는 정당'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Read more »



Render Time: 2026-04-02 05:1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