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 응급 사고, 재난 현장에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들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 이들의 직업성 질병, 특히 암 발병에 대한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과 공상 인정의 제한적인 현실을 조명한다. 베테랑 소방관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열악한 근무 환경과 건강 문제를 알리고, 소방대원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공상 당연 인정제'를 통해 소방대원들의 헌신에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촉구한다.
올해 김래형 소방경이 소속된 충남 119특수대응단 해저터널구조대와 함께 수행한 화재 진압 및 구조 활동 모습은 지난 1월 26일 새벽 아산시 둔포면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시작되었다. 사진의 재배포는 금지된다. 충남 119특수대응단 해저터널구조대의 자료 제공으로, 소방대원들은 화재 현장뿐 아니라 각종 응급 사고와 재난 현장을 누비며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길 위의 영웅'으로 활약한다. 그러나 그만큼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협하는 다양한 위험 환경에 노출된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11월 9일 '소방의 날'을 앞두고, 건강한겨레는 김래형, 김용희, 최 소방경, 박영민 소방령 등 네 명의 소방관 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20~30년 동안 재난과 싸워온 베테랑 소방관 들은 이제 중년에 접어들면서 몸과 마음에 남겨진 부상과 질병에도 맞서 싸우고 있다. 최근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이 이어지면서 이전보다 처우가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건강한겨레는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소방대원의 건강을 어떻게 함께 지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자 한다.\소방대원의 고질병 하면 화상이나 각종 외상을 떠올리기 쉽지만, 오랜 시간 동안 손상과 충격이 누적되어 발병하는 질환들은 간과되기 쉽다. 하루 10회 내외로 부상자를 들것으로 옮기는 구급대원의 허리디스크, 화재 진압 현장을 사무실처럼 출퇴근하는 현장 진압대원이 겪는 희귀 폐암을 비롯한 각종 직업성 암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오랜 기간에 걸쳐 세포와 유전자 단위의 상당한 손상이 누적되면서 발생하는 암은 '소방대원의 고질병'으로 인식되지만, 실제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 국제암연구소(IARC)조차 2022년에야 화재 현장에서 노출되는 유해물질 및 교대근무 등 소방대원의 근무 환경과 암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고, 일부 암종에 대해 1군 발암 요인으로 지정했다. 이는 오랜 기간 2군 발암 요인으로 연관성이 '추정'되어 온 지 13년 만의 결과였다. 인과관계가 확인된 암종 역시 제한적이다. 이에 대해 정경숙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암은 유해 물질에 노출된 직후 바로 발생하는 병이 아니다”라며 “대부분 고형암은 5~10년의 잠복기를 가질 뿐 아니라 중피종(흉막, 복막 등 신체 내부 장기를 덮는 보호막인 중피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의 경우 유해 물질 노출 후 약 40년이 지나서도 생기는 사례가 보고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현재는 현직 소방관의 암 발생 사례를 집계하지만, 이미 질환을 앓았거나 퇴직한 상태의 대원들까지 포함한 분석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방관들의 직업 환경과 건강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이다.\정년퇴직을 1년가량 앞둔 최 소방경(50대 후반, 35년 이상 근무) 역시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9월 희귀 암종인 '육종양 폐암'을 진단받았다. 해당 암종에 현재 쓸 수 있는 항암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그는 1기에 발견하여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고 공로연수를 받아 회복 중이다. 최 소방경은 “투병 중 '과거 한 근무지에서도 동료 두 명이 같은 희귀암에 걸렸던 것'이 생각났다”고 말하며,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직업성 질병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최 소방경은 “일반인들은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일을 소방관들은 밥 먹듯이 보게 되기에 몸과 마음이 관련 직업성 질환에 걸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외근직뿐 아니라 내근직도 마찬가지”라며, “내근한다고 사무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응 1단계만 발령돼도 인근 관할 소방서의 모두가 출동하기에 내근직도 자주 화재 등 재난 현장에 같이 가서 현장 활동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응 1단계는 3단계의 재난 대응 단계 중 일상적 사고에 발령되는 가장 낮은 단계로, 10명 미만의 인명 피해, 상황 해결에 3~8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재난에 발령된다. 충남 119특수대응단 해저터널구조대에서 근무하는 김래형 소방경(46세, 17년 9개월 근무)은 올해 8월 폐암 1기를 진단받고, '이제 올 것이 왔구나' 하고 담담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김 소방경은 “무방비로 당하는 것보단 준비하고 당하면 덜 아프지 않겠나 싶어서” 매년 폐 영상 검진을 받아왔고, 2016년 6.5㎜의 결절을 발견하고 추적 관찰을 이어왔다. 김 소방경은 “해저터널구조대다보니 화재뿐 아니라 물에 빠지는 사고나 교통사고 등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우리 직원 모두 '항상 다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어느 곳에서나 서로 안전을 봐준다. 그렇기에 또 대범하게 (암을) 받아들이려고도 노력했다. 제가 암이라고 기운이 빠져 우울해 있으면 직장 분위기가 안 좋을 것 같았다”고 말하며 동료들과의 긍정적인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수술 전후, 그리고 복귀 후에도 동료들과 함께 폐활량을 늘리는 운동을 하는 등 건강 관리에 힘쓰고 있다. 그는 동료 환자들에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처럼 함께 용기를 갖고 앞을 보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13년 남은 공직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정년퇴직하는 것을 희망했다. 두 사람 모두 암을 비롯한 직업성 질병에 대한 소방대원의 공무상 요양(공상)을 '추정'이 아닌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공상 당연 인정제'를 통해 소방대원으로서 시민의 안전을 지켰던 공로를 제대로 인정받고 싶다는 의미이다. 2023년 정부는 '공무원재해보상법'을 개정하여 소방공무원의 직업성 암을 공무상 재해로 추정하는 '공상 추정제'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10년 이상 근무 경력, 중피종, 방광암, 폐암 등 6개 직업성 암종 등 제한이 있어 공상 인정에서 배제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한편, 두 소방경은 대한암협회와 유한재단이 소방청과 협약을 맺고 진행 중인 '암중모색' 캠페인의 도움을 받았다. 이는 폐암과 기타 희귀암 등을 투병 중인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전체 3억원 규모의 치료비 및 생활안정비를 지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