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나오는 아라랏 산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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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스 기행, 카스피해 바쿠에서 흑해 바투미까지 ⑫] 코르비랍과 아라랏산

코르비랍 수도원과 아라랏 산, 우리에게는 생소한 단어다. 코르비랍은 지하의 깊은 감옥을 말한다. 그러므로 코르비랍 수도원은 지하 깊은 감옥 위에 지어진 수도원이다. 아라랏은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산 이름이다. 대홍수 후 물이 빠지면서 노아의 방주가 아라랏산 등마루에 머물렀다고 적혀 있다. 그 아라랏산을 보기 위해 우리는 코르비랍 수도원으로 간다. 코르비랍 수도원에서 아라랏산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라스강이 흐르는 아라랏 지역은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 후 5세기까지 이어진 아르메니아 왕국의 수도였다. 비옥한 아라랏 평야가 펼쳐져 있고, 동서를 연결하는 교통로 상에 위치하고 있어 아르타샤트가 수도로 번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산조 페르시아, 우마이야 왕조, 셀주크 터키, 몽골 등 강대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도시가 파괴되고 폐허로 변했다. 당시 아르메니아는 아르사스 왕조의 티리다테스 3세가 통치하고 있었다. 그는 조로아스터교를 신봉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던 그리고르를 박해했다. 지하 감옥에 갇혀 있던 그리고르를 구원해 준 것은 티리다테스의 여동생 호스로비둑트였다. 그녀는 꿈에서 그리고르를 풀어주라는 계시를 받았고, 그것을 오빠에게 말해 그리고르를 석방시켰다고 한다. 사실 호스로비둑트와 왕비인 아쉬켄은 이미 기독교 신자였다.석방된 그리고르는 티리다테스의 병을 고쳐 주었고, 이 때문에 티리다테스는 301년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하게 되었다. 그리고르는 아르메니아 주교가 되어 왕과 주민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이교도 사원 자리에 기독교 교회를 세우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기도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는다. 우리도 경건한 자세로 예의를 표한다. 아르메니아의 교회들은 흑갈색 돌로 지어지고 문이 작아 전체적으로 어두운 편이다. 그렇지만 그런 이유로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 끝에 제대를 만들고 하츠카르 십자가를 안치해 놓았다. 그리고 한쪽 벽에는 성 그리고르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제대 옆에 그려진 그리고르 벽화보다 훨씬 더 오래 되어 보인다. 성 그리고르교회는 성인의 땀과 피가 스며 있는 신성한 장소다.성 그리고르교회와 성채를 나오면 길은 자연스럽게 산 꼭대기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 십자가와 아르메니아 국기가 펄럭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 오르면 성 그리고르교회가 성채로 지어졌음을 알 수 있고, 멀리 아라랏산을 함께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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