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10종 이상 먹다 보면 여러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도 있다.
83세 남성 A씨는 하루 20알의 약을 먹는다. 7곳의 병·의원에서 천식, 신장병, 고혈압, 심장병, 현기증, 세포염 등으로 처방받은 약 19개에 건강기능식품 한 개를 챙겨 먹는다. 그런데, 약을 더 먹어야 할 판이다. 병원 두 곳에서 고혈압약을 중복 처방받은 걸 모르고 함께 먹다가 혈압 강하와 어지러움이 생겨 신경과·이비인후과에서 약을 탔는데, 나아지지 않고 입 마름·배뇨 장애 등의 없던 증상이 새로 나타나서다.
부적절 약 먹고 먹어야 할 약은 누락 대한약사회 안화영 지역사회약료사업본부장은 “여러 질환에 대해 약을 쓰다 보면 중복이 발생한다. 70세가 넘으면 노인주의 약물이 있는데 이런 게 관리가 안 되면서 부적절한 약물을 사용할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했다. 자궁적출술했는데 여성 호르몬제를 처방하는 경우도 있고 엉뚱한 약을 1, 2년간 복용하거나 반대로 약물이 누락되는 경우도 있다라는 게 현장 얘기다. 한 80대는 불면으로 시작해 수면제 졸피뎀을 6개월 이상 먹다가 인지 기능이 떨어져 치매를 의심받고 치매약을 먹게 됐다. 치매약을 복용하니 식욕이 떨어져 못 먹기 시작했고 변비가 생겼다. 체중이 빠지면서 근육도 빠져 쇠약해지고 인지 기능이 나빠져 갔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여기 저기 아프다며 병원을 돌다 왔는데 원인은 우울증인 경우가 있다. 심리적인 문제 때문에 신체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라며 “약을 다 덜어내고 항우울제를 쓰면 우울증이 좋아지면서 식욕 문제가 해결되고 체중이 회복된다. 인지 기능도 좋아진다”고 했다.약을 10종 이상 먹다 보면 여러 부작용 위험이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 우려이다. 정희원 교수는 “처방 연쇄가 발생한 환자에서 노인증후군, 낙상, 섬망, 식욕저하, 소화장애 등의 모든 위험이 올라간다.
약값, 진료비가 상대적으로 낮고 아프면 바로 의사를 만나 약을 처방받는 등 의료 접근성이 좋은 점이 이런 현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층 진료할 여건이 안되는 의료 체계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희원 교수는 “노인 질환은 복잡도가 높아 자세히 봐야 하는데 환자를 빨리 내보내려면 처방전 발행이 능사가 된다. 증상에 대응하는 방식의 의료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라고 했다.치매처럼 다제약물도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희원 교수는 “환자의 전체적인 질병과 처방 상황을 볼 수 있는 진료 모델이 필요하다. 노인주치의 제도를 다제약물 대상자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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