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49재인 오늘 교육부가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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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은폐된 죽음들, 전수조사·산재 신청하고 현장에 귀 기울여야

정경희 의원이 지난 7월 말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5년 반 동안 공립 초중고 교사 100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 가운데 초등교사가 57명으로 가장 많았다.교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요인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다. 서초구 서이초 교사 비극을 계기로 드러난 진실은 스트레스가 바로 '살인적인 악성 민원'이다. 최근 일주일 새 발생한 세 건의 교사 사망 사건 또한 스트레스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제는 이들의 죽음을 우리 사회가 그동안 개인적인 죽음으로 치부해 왔다는 사실이다.

과중한 업무와 악성 민원은 그 자체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로 우울증 진단을 받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면 응당 순직 처리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개인적인 문제로 덮어버렸다. 그 배경에 두 가지가 존재한다. 하나는 교사를 인간으로 보지 않고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신자유주의 학교 정책이 그 주된 배경이다. 교사와 학생 간 인격적 교제가 사라지고 시험 점수와 성적의 기능적 관계로 변질돼 버렸다. 교사의 교육 활동은 노동 상품으로 전락한 채, 아이들에게 적잖이 외면당하는 현실이다. 전국에 걸쳐 사교육기관이 공교육기관을 4배나 압도하는 현실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교사 또한 학생 못지않게 극심한 경쟁문화로 내몰렸다. 천박한 교원성과급제도가 대표 사례다. 교사와 학생 모두 모래알처럼 흩어진 문화가 오늘날 학교가 처한 우울한 현실이다.다른 하나는 일제강점기부터 오늘날까지 100년 넘게 존속해온 권위주의 교육 환경이다. 교사를 보배로운 교육 활동의 주체로 섬기기보다 지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억눌러 왔다. 과중한 업무의 상당 부분은 공문 처리와 행정 잡무들이기 때문이다. 이미 교육선진국 북유럽 교사에겐 과거의 유물이 된 지 오래이지만 대한민국 교사들에겐 엄존하는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 현실은 민주주의 시대에서조차도 정반대로 굴러왔다. 100년 넘도록 낡은 교육판을 갈아엎지 않으면 공교육은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오늘 서이초 교사 49재를 맞아 병가, 연가로 참여하는 교사들을 겁박할 일이 아니다. 참여 교사들의 순수한 열정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교육부의 징계 협박은 권위주의 교육행정의 볼썽사나운 또 다른 모습이자 낡은 레코드판을 틀어놓은 격이다. 오늘 교육부와 교육청이 해야 할 일은 그동안 원통하게 비극을 맞은 교사들을 전수조사하는 일이다. 그리고 순직으로 산재 처리해 원혼을 풀어주어야 한다. 그 다음에 사건의 진상을 명백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 제대로 해도 교실에서 교사들이 무력감을 이겨내고 숨을 쉴 수는 있을 것이다.서초구 서이초 교사 비극이 발생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죽음에 이르게 된 진상을 조사했을 터이니 하루빨리 발표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해야 한다. 그리고 49재에 참석해 교사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현장의 요구를 즉각 반영해야 한다. 그 길이 공교육을 살리는 지름길이다. 교육이 죽으면 교사도 아이들도 죽는다. 그리고 국가의 미래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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