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10년의 사람들 ⑧] 광주시민상주모임 정기열씨
전남 진도 팽목항은 여전했다. '4.16세월호참사 희생자 팽목항 분향소'라는 표지판이 달린 '0416 팽목기억관'을 중심으로 세월호팽목성당과 강당, 세월호가족식당이 각각 컨테이너 하나씩을 차지하고 있었다. 조개들이 뒤섞인 흙밭에 덩그러니 놓인 컨테이너들에서 쓸쓸함이 묻어 놨다.
지난 11월 4일 이 현수막을 내건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의 시민상주, 정기열씨를 광주에서 만났다. 10년 동안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며 함께 활동해온 그를 만나자 팽목항에서 조금 또렷해진 노란 리본의 기억에 여러 감정이 더해졌다. "가장 중요한 건 유가족들과 붙어서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거였습니다. 항상 가족들이 원하고 가족들이 하는 활동을 군말 없이 같이하려고 했습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 어떤 의제를 내세우면 그게 바로 우리의 의제가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지금까지 왔어요." "함평에 새벽 4시쯤 갔는데 그때 승현이 아빠가 일어나 있었어요. 앉아 있는 모습을 딱 봤는데 뭔가 탁 막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처음엔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옆에서 걸어만 주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렇게 며칠 동안 말도 안 하고 종일 걸었습니다."
시민상주들은 명절 때면 고향에 내려가서, 해외에 나가면 여행지에서도 그 지역을 돌며 천일 동안 걷고 또 걸었다. 정성이 닿아 희생자 가족이 원하는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로 나아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 과정에서 4개였던 광주 마을촛불 모임이 19개까지 늘어났다. 대신 시민상주모임의 3년간 활동을 정리한 책 을 출간했다. 지금껏 희생자 가족들이 외롭지 않도록 곁을 지키며 사람꽃 향기를 전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민상주 100명이 둘씩 짝을 지어 서로를 인터뷰한 뒤 정리한 글들을 모았다. 앞이 꽉 막힌 상황이어도 이를 풀어가는 건 역시 사람뿐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는 작업이었다.시민상주모임의 활동은 변함이 없다. 마을촛불들은 횟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마을에서 피케팅을 이어간다. 주기가 다가오면 문화제 등 행사들도 마련한다. 바닷바람에 해진 팽목항 현수막들도 때마다 바꿔 단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이면 진도군 임회면 입구에서부터 기억동산을 거쳐 팽목항까지 가는 기억순례를 하고, 팽목기억관 옆에서 문화제도 연다. 세월호 선체 인양 전엔 기다림의 문화제였던 이름이 지금은"세월호참사를 기억하자"는 의미를 담아 '기억의 문화제'로 바뀌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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