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복구, 모두 자르고 심는 것만이 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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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복구, 모두 자르고 심는 것만이 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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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 수천 그루의 나무가 탄 채 서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굉음과 함께 중장비가 들어오고, 타버린 나무들은 모두 베어져 트럭에 실려 내려갔습니다. 병해충 확산을 막고 조림을 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는 단지 나무만 있던 곳이 아닙니다. 개미, 지렁이, 다람쥐, 토...

지난봄,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 수천 그루의 나무가 탄 채 서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굉음과 함께 중장비가 들어오고, 타버린 나무들은 모두 베어져 트럭에 실려 내려갔습니다. 병해충 확산을 막고 조림을 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는 단지 나무만 있던 곳이 아닙니다. 개미, 지렁이, 다람쥐, 토끼, 사슴… 수많은 생명들이 살던 터전이었고, 이름도 모를 나물과 버섯, 풀들이 자라던 삶의 공간이었습니다.

타버린 나무를 모두 걷어내는 지금의 방식은 '깔끔'해 보이지만, 사실은 더 많은 생명을 없애는 일이기도 합니다. '깔끔하다'는 것은 사람의 눈에만 그렇습니다. 자연은 본디 울퉁불퉁하고, 거칠고, 복잡합니다. 생명이 깃든 곳은 그렇게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자연을 불편하게 여기고, 익숙한 방식으로 '정리'하려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정리된 산은, 물도, 생명도, 흙도 잃은 메마른 산이 되어갑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복구 방식이 정말 최선일까요? 예산을 들여 모두 베어내고, 다시 나무를 심는 대신, 그 자리에 물모이—빗물을 머무르게 하는 저류지—를 만들면 어떨까요? 타버린 나무를 그대로 두거나, 베어내더라도 현장에서 덮개나 쉼터로 활용하면 운반비도 줄고, 수분도 유지됩니다. 무엇보다, 거기에 생명이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슬로바키아에서는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산불 이후, 지역 주민들이 직접 물모이를 만들었고, 시간이 지나자 산이 다시 촉촉해지고 동물들이 돌아왔습니다. 생태복원이 시작된 것입니다. 우리도 가능합니다. 단 한 곳이라도 좋습니다. 하나의 지역을 정해, 같은 예산을 주고 서로 다른 복구 방식—① 기존 방식, ② 자연 복원, ③ 물모이 활용—을 적용해 보자는 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시민과 학생, 전문가가 함께 평가합니다. 일종의 '산불복구 경연대회', Gamification입니다. 누가 더 잘 살렸는지를 겨루는 복구입니다. 이 실험은 정책을 바꿀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획일적인 방식에서, 더 생태적인 길로 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산은 불탔지만,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우리가 모두 베어내기 전에, 산의 말을 한 번 들어보면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물모이’ 시리즈의 하나로, 산불 이후 복구 방식에 대해 다른 길을 제안하고자 썼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산림복구는 ‘모두 베고, 다시 심는’ 방식에 머물러 있지만, 한 지역이라도 실험적으로 다른 복구 방식을 적용해 본다면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산림청을 비롯한 관련 기관에서도 이 제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혹시 이미 논의 중인 유사한 사례나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시고, 없다면 함께 실험해보는 길을 고민해 주시길 기대합니다. 자연의 복구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방향을 바꾸는 건 오늘부터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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