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감시단 잠입 취재...중국인 잡겠다며 투표 마친 여성 쫓아가 '신분증 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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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가 이상하다고, 우리를 뒤따라와 '서!' 이러면 투표하러 누가 오겠어요?' '우리가 죄인은 아니잖아요!' 21대 대선 사전투표가 시작된 29일 오전 6시 직후, 서울의 한 투표소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한 남성 무리가 이미 신분 확인을 거쳐 투표를 마치고 나온 여성들을 강제로 붙잡아 신분증을 보여달라 요구했고 이...

21대 대선 사전투표가 시작된 29일 오전 6시 직후, 서울의 한 투표소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한 남성 무리가 이미 신분 확인을 거쳐 투표를 마치고 나온 여성들을 강제로 붙잡아 신분증을 보여달라 요구했고 이에 따른 항의가 터져 나온 것이다. 한국 국적의 동포로 보이는 이 여성들은"저 아저씨들이 마음대로 끌고 가서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했다"며"경찰을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곧바로 경찰이 도착했고, 지켜보던 시민들은 남성 무리를 향해"당신들이 뭔 데 와서 이러냐"고 따졌다. 상황을 파악한 경찰도"즉시 떠나라"고 경고했다. 이 남성 무리는 자신들을 '선거 감시단'이라고 불렀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반해 투표소 앞에서 유권자들 숫자를 세고 출입구를 촬영했으며, 특히 의심스럽다고 생각되는 이들을 쫓아가 신분증을 요구하는 등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채팅방에 초대된 사람들... 중국인이 싫어할 만한 노래 을 틀어라? 사전투표를 사흘 앞둔 지난 26일, 자유대학과 YEFF라는 단체는 감시단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구글폼에 이름, 생년월일, 사는 곳 등을 입력하면 감시단 채팅방에 초대하겠다고 안내했다."애국 봉사활동"이라 참가수당은 없었다. 감시단 신청서를 내자 얼마 뒤 채팅방에 초대됐다. 채팅방에는"서울 173","경기도 169","영등포구 10" 등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참여 지역은"서울, 대구, 인천, 광주, 울산, 세종,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 등으로 다양했다. 먼저 채팅방에 접속해 있던 참가자들이 일사불란하게 '현장행동 방법' 매뉴얼을 공유했다. 뿐만 아니라 특이사항을 발견할 경우 증거 자료를 자체 신고 링크에 올리라는 공지도 이어졌다. "사전투표를 하는 중국인 합법적으로 적발하는 요령"이란 제목의 글도 전달됐다. 여기엔"의심자에 대해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며"선관위 직원이 제지할 경우 법적 근거와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참가자 대다수는 프로필에 본인 사진을 걸었고 전화번호도 주고받았다. 기자가"어느 투표소로 가야 하냐"고 질문하자, 한 참가자가 '중국인이 많은 순위'대로 정리된 지역 채팅방을 공유했다. 해당 채팅방에 들어가 참가자들과 약속 시간을 잡았다. 그렇게 29일 이른 새벽, 약속한 투표소 앞에서 그들을 만났다. 당초 계획보다 많은 숫자가 모였는데 다른 단체에서 모집한 감시단이거나 자발적으로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곧장 감시 역할을 분담했다. 몇몇은 계수기 앱으로 투표소에 입장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셌고, 다른 이들은 투표소 출입구를 촬영하거나 중국인처럼 보이는 사람을 찾기로 했다. 특히 중국인을 어떻게 발견할 것인지를 두고 경험담과 팁을 공유했다. 이들은"중국인처럼 생긴 사람들이 많다. 근데 잡고 보면 한국말을 쓰더라","중국인처럼 보이면 '어디로 가냐'고 질문해라. 말투를 보면 중국인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인식은 앞서 감시단 채팅방에서도 확인됐다. 참가자들은 '중국인 확인 멘트'라며"주민등록증 가져왔냐고 질문하라"고 했고,"한국에 오래 살면 한국어를 잘할 테니 중국인끼리 대화하는 걸 보라"고 했다. 또"중국인이 싫어할 만한 노래 을 틀라"고 하거나"중국인들이 참여하고 투표했다는 증거 자체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결국 감시단의 행위는 폭력적인 상황으로 번졌다. 감시단에 붙들린 한 여성은"경찰을 불러 달라"면서"내 말투가 이상하다며 모르는 사람이 손을 붙잡고 자꾸 가자고 했다. 내게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라'고 하는데, 왜 이 사람한테 보여줘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일을 당한 옆의 여성들도"이 사람들 때문에 너무 놀랐다"고 반응했다. 여성들은 투표소 신원 확인을 거쳐 이미 투표를 마친 상태였다. 일부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주는 지방선거와 달리 대선은"18세 이상 국민"에게만 투표권이 있다. 경찰을 불러 달라고 했던 여성은"주민등록증 없이 투표소를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지 않냐"며"이러면 누가 투표하러 오겠나. 이렇게 사람을 깔보는 게 어딨냐"고 토로했다. 그는 인도에 주저앉아 숨을 내쉬며"병원에 가야겠다. 심장이 벌떡벌떡 뛴다"고 했다. 지켜보던 시민들은 놀란 여성들을 달랬다. 한 시민은"너희가 뭔 데 와서 , 부정선거 주장하는 이들이냐"고 따졌고, 옆에 있던 시민들도" 맞다"고 반응했다. 또"지금 투표소 밖을 촬영하시는 거냐, 이래도 되느냐"고 지적했다. 출동한 경찰관 또한"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투표 권한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당신들이 아닌 투표소 안에서 하는 것"이라며 그들의 행동을 제지했다. 이에 감시단 사람들 중 한 명은 쩔쩔매며" 손을 잡은 건 문제"라며 잘못을 시인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활동을 이어가는 이도 있었다. 경찰관은 여성들을 직접 붙잡은 남성 2명에게 이름, 소속, 전화번호를 받았고"즉시 떠나라. 현명하게 판단하라"고 했다. 이후"이 아저씨들이 뭐 하는 사람인지 우리도 알아야겠다"는 여성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감시단원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채팅방이 울렸다.이들의 부정선거 음모론은 투표 결과 조작설을 넘어 중국인이 대선 투표에 참여한다는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까지 이어져 있었다. 이 같은 음모론의 자양분 중 정치권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그간 전광훈 목사 등과 교류하며 꾸준히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해 왔다. 실제 사전투표를 권장하고 있지만, 이번 대선에서 '사전투표제 폐지'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1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씨가 영화 를 관람한 것을 두고"누구라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선관위에서 해명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력 때문인지, 김 후보의 유세 현장에선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김 후보가 사전투표 참여를 강하게 호소해도 이를 거부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게 현실이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29일 와 한 전화통화에서" 전혀 근거가 없는, 그리고 한국의 선거관리 시스템을 통해 얼마든지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을 두고 이렇게 색출 소동을 벌인다는 건 중국인 혐오만 부추기는 일"라며"의혹을 제기한다는 것으로 이 일이 정당화될 수 없다. 불필요하고 근거 없는 의욕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정치인들이 거들지만 않는다면 사실 이 문제가 확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개입하면 '이 문제 제기가 정당했다'거나 '의미가 있었다'는 식으로 자극하게 된다"라며" '저도 중국인들이 부정 투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하지만 ' 심정은 이해가 된다', '오죽하면 저러겠냐'는 식으로 편을 들어주면 행동을 자극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혐오나 차별이 퍼지는 것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를 엉뚱한 방향으로 풀어서 기인한다"면서"문제의 원인이 그곳에 있지 않다고 분명히 선언·설득하고, 팩트체크가 필요한 부분은 확실히 체크해 반박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공론을 모아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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