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에어컨이 없다고 하면 친구들이 놀란다. 이 날씨에? 괜찮아? 동남아에서 2년 넘게 살았던 나로서는 열대야를 버티는 게 익숙하다. 물론 더워서 힘든 때가 있긴 있었다. 예를 들면 온실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안보다 바깥이 더 시원하던 5층 집에 살 때. 독립한 후로 한여름이면 늘 본가에서 가져온 넓은 삼베 천을 깔...
물론 더워서 힘든 때가 있긴 있었다. 예를 들면 온실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안보다 바깥이 더 시원하던 5층 집에 살 때. 독립한 후로 한여름이면 늘 본가에서 가져온 넓은 삼베 천을 깔고 잤다. 맨살에 닿는 까끌한 감촉이 기분 좋았다. 그런데 땀 냄새가 잘 배는 만큼 자주 빨아야 했고, 그렇게 8년이 지나니 구멍도 뚫리고 천이 닳아 부들부들해져 버렸다.
숨 막히는 열대야에도, 등을 대고 몇 초만 지나면 뜨끈해지는 냉매트보다 적당한 온도가 유지되는 그 이불이 더 유용했다. 엄마가 보내준 이불 너무 좋아. 덕분에 잘 자. 여러 번 고마움을 표현하면서 내심 멋쩍었다. 엄마의 개입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면서도 도움이 되는 건 또 기쁘게 받아들이는 게 모순이 아닌가 싶어서다. 증상이 심해지기 전부터 나는 엄마의 말과 행동에 내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설명해 왔다. 엄마는 천천히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해 갔지만 매번 자신을 통제하는 데 실패해 성큼 선을 넘었다. 괴로움을 호소하면 엄마가 사과하고 곧바로 반복하는 패턴이 오래도록 반복되었다.
상대방의 세계를 생각지 않고, 전해오는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걸 주는 건 자기 만족이 아닐까 냉정하게 생각했다. 나를 보지 않는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는 모순.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어른이 되어 사랑을 하며 의심도 했다. 나 역시 내가 주고 싶은 것만을 주려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여전히 나는 잘 모른다. 고결한 사랑이라는 게 있다는 것도 어쩌면 사랑에 대한 환상일지도. 내 욕구가 상대의 욕구를 앞질러 갈 때, 상대의 욕구가 내 욕구를 앞질러 갈 때, 그 모든 과정을 그저 버텨주는 마음 자체가 사랑이라는 게 오늘에 가까운 생각일까.
날이 점차 더워지는 동안, 나는 그가 같이 살던 집에서 나갈 때 여름 이불을 챙겨가지 않은 것을 자주 떠올렸다. 어떻게든 하나는 넣어줄걸. 전투하듯 함께 여름을 나던 5층 집에서 더위에 뒤척이던 밤이 떠올랐고, 뜨거운 요 위에서 억지로 잠을 청하고 있을 모습이 상상되어 안부라도 묻고 싶었다. 그가 원치 않을 것을 알기에 아무 말도 보내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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