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다리던 딸의 웨딩사진은 영정사진이 되고 말았다 이태원 희생자 김수진 참사 소중한 기자
고 김수진씨는"건축가가 돼 3층 집을 짓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1층엔 예쁜 카페를 차려 엄마와 알콩달콩 운영하고, 2·3층엔 본인과 엄마가 각각 살 공간을 마련한다는 게 수진씨의 꿈이었다.
"딸과 함께한 첫 해외여행은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 다음 해에 떠난 여행도, 그 다음 해에 이모들까지 함께한 제주도 여행도 너무 행복했죠. 제주도에 갔을 땐 겨울이었어요. 칼 같은 바람이 불어 정말 추웠는데도 바닷속 성게를 들여다보며 서로 잡겠다고 깔깔거렸던 그 웃음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 같아요. 거센 추위에 작은 풀빵을 나눠 먹던 그 시간 또한 너무 그립습니다. 남자친구는 다른 여성과 함께 CPR을 진행했다. 얼마 후 구급대원이 와 수진씨 상의를 자르고 자동심장충격기를 연결하려 했지만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구급대원은 잠시 뒤 들것을 가져와 수진씨를 구급차로 데려갔다. 남자친구가 구급차에 함께 타겠다고 했지만"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직 수진씨 맥이 뛰고 있었기에 남자친구는 당연히 병원으로 옮겨질 줄 알고 서울 시내 응급실 곳곳을 헤맸다. 하지만 어디서도 수진씨를 찾을 수 없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는 오전 4시에 체육관에서 신원확인을 끝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는 오후 1시에야 수진이가 일산동국대병원으로 옮겨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도대체 왜 실종신고를 하라고 한 건가요. 임시 안치를 위해 체육관으로 희생자를 데려갔다면 신원확인 후 곧바로 가족이나 지인에게 알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랬다면 저희뿐만 아니라 많은 유족이 그토록 아이를 찾아 헤매지 않았을 겁니다. 체육관에서 신원확인 외에 또 무엇을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저는 내성적이라 남 앞에서 목소리 내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그저 내 삶이 바빠 손해를 보더라도 양보하며 살아왔습니다. 처음엔 제게 가장 소중한 딸을 잃고서도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를 마약범죄자 다루 듯했던 국가의 모습을 보며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지 않고선 조여 오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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