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리포트] 임일섭의 화폐를 다시 생각한다
지난 여름 새마을금고 사태 당시 언론보도의 한 대목이다. 금융소비자의 이 발언은 뱅크런 특성을 잘 보여준다. 은행 부실 여부에 대한 ‘나’의 판단은 중요하지 않다. ‘다른’ 예금자들의 판단과 행동이 관건이다. 자산과 부채의 만기가 다른 은행 특성상, 어떤 계기로 부채 보유자들이 대거 부채의 상환을 요구하면,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은행은 없다. 본래 큰 문제가 없던 은행도 예금자들의 패닉으로 뱅크런이 발생하면, 실제로 부실은행이 된다.
그러나 시장 논리가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여기까지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시장에서 회사채의 시장가격은 발행기업의 사업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평가를 반영한다. 이런 논리를 따른다면, 은행의 채무증서인 민간화폐의 시장가격도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평가에 따라 변동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현재 민간화폐의 주요한 형태인 요구불예금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으며, 시장가격도 없다. 시장가격이 형성되지 않는다고 해서 시장 법칙이 관철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자유은행 시대의 특징은 은행권들이 서로 교환되는 유통시장, 즉 2차 시장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은행권 거래 중개인도 많았다. 여러 은행권의 시세, 즉 은행권 간의 교환비율을 알려주는 일종의 정보지인 ‘노트 리포터’도 다수 발간됐다. 개별 은행권의 시장가격은 자산건전성에 대한 평가, 담보로 잡은 주정부 채권의 시장가격, 거래지역과 발행은행 소재지와의 거리 등에 따라 결정됐다. 동일한 은행권도 거래지역에 따라 가격이 달랐기 때문에 차익거래를 추구하는 중개인도 있었다.
1863년 전국은행법 제정과 더불어 개별 은행권들은 사실상 퇴출되었으나, 이를 전후로 은행들의 주요한 부채는 은행권에서 요구불예금으로 전환되었다. 토큰 기반 화폐로서의 은행권과 달리, 유통시장에서 거래되기 어려운 계좌기반 화폐로서의 예금화폐의 특성, 그리고 이후 연방준비은행 설립을 통한 지급결제제도의 확립 등으로 인해 화폐의 단일성이 제고됐으며, 더는 민간화폐 시장에서 가격 조정은 나타나기 어렵게 됐다. 현대적인 지급결제제도의 도입은, 불안정한 민간화폐인 요구불예금이 지급수단으로 사용되지만, 최종적인 결제는 중앙은행 화폐 또는 신뢰가 남다른 민간은행 화폐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확립함으로써 가격 조정을 어렵게 만들었다.그러나 민간은행권이든 요구불예금이든 간에, 은행 단기부채로서의 불안정성은 동일하며, 시장의 작동 양태가 변했을 뿐이다. 자유은행 시대 은행권 시장에서의 가격조정은 이후 요구불예금 시장에서의 수량 조정으로 변경됐다.
United States Latest News, United States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가자지구 부모들은 왜 아이 다리에 이름을 적었나자식이 언제 죽을 지 모르는 공포·절망 속사후 신원 확인 위해 종아리에 이름 적어
Read more »
고국의 위상이 재외동포에 끼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21회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단상② - 빛나는 재외 한국인의 역사
Read more »
“흉상은 철거, 유해는 방치…이럴 거면 홍범도 장군을 고려인 곁에 뒀어야”카자흐스탄 고려인 3·4세독립운동가들 기리고 있어 의병과 독립군은 국군 산실정치인은 역사 이용 ...
Read more »
오늘도 뼈를 만진다, 모두 덜 불행했으면 좋겠다 [본헌터㉝][역사 논픽션 : 본헌터㉝] 정하의 호미식당 알바하면서 본업처럼 하는 유해발굴, 엄숙하지만 즐겁게
Read more »
'제발 헤어지자고 해줘' 죽음 앞둔 남자의 애원[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허진호 감독의 네 번째 장편 영화
Read more »
그래서 '이정재 책받침'으로 뭘 하는 건가요?책받침, 소매밴드, 비둘기색 스타킹까지 그 시절 우리가 사용했던 고전물품의 용도를 찾아서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