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읽는 한국전쟁 39] 휴전협상과 고지전
한국전쟁에서 벌어진 수많은 전투 가운데 국군이 승리한 전투로는 백마고지 전투가, 중국과의 논쟁 아닌 논쟁으로는 상감령 전투가 많이 알려진 것 같다. 상감령 전투는 중국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우리 공간사에서는 유엔군이 쇼다운 작전으로 전개한 저격능선 전투와 삼각고지 전투를 묶어서 지칭하는 말이다.
두 전투가 벌어진 전장은 동서로 직선 20여 km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도 백마고지 전투전적비와 저격능선 전투전적비가 비슷한 거리에 있다. 백마고지 전투전적비는 이미 잘 알려진 철원의 관광지다. 3번 국도에서 가깝고, 철원 노동당사에서도 멀지 않다. 경원선을 복원하면서 철원역 대신 민통선 남쪽에 새로 만들어진 역을 백마고지역으로 명명하면서 더욱 잘 알려지게 되었다. 전투가 어떤 양상으로 얼마나 치열했는지는 양측이 쏘아댄 포탄의 숫자만 보아도 실감이 난다. 백마고지에서는 열흘 동안 유엔군이 22만 발, 중국군이 5.5만 발, 양측이 총 27.5만 발을 그 좁은 고지에 쏘아댔다. 양측이 합쳐서 하루 평균 2만7500발을 퍼부었고 하루 평균 1400여 명의 장병들이 죽어 나갔다. 오죽하면 고지의 정상부가 폭격에 깎여 2미터나 낮아졌다는 말이 있을까.
그러나 사상자 숫자만으로 전투의 승패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상감령 전투의 경우 저격능선은 국군 2사단이 목표로 했던 세 개의 고지 가운데 두 개를 점령했으니 국군이 값진 승리를 거둔 것이다. 보수적으로 표현해도 3분의 2로 승리한 공격이다. 저격능선을 바라보는 화강 강변 경사지에 전투전적비를 세울 만하다. 중국은 전후의 대내외 선전에서 삼각고지 전투 곧 상감령 전투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저격능선 전투는 빼고 상감령 전투의 삼각고지 전투만 부각시켜 등 많은 전쟁영화를 제작했다. 이 영화는 중국의 다양한 관영 민영 매체를 통해 지금까지도 수없이 방송하고 있다. 중국은 '기억의 전쟁'에서 21세기 유일의 패권국가 미국에게 승리했던 사례로 20세 중반의 상감령 전투를 수시로 소환하는 것이다.
북한 인민군은 자기 역량을 훌쩍 넘어 부산까지 점령하려다가 역습을 당해 빈사 상태에 몰렸고, 유엔군은 맥아더의 오만과 오판으로 전면적인 철수 직전까지 몰렸지만, 중국군은 자기 역량의 최대치까지만 공격하고는 더 이상의 무리한 공세를 하지 않았다. 영리했다고나 할까. 그 결과 38선 언저리에서 전선이 출렁일 뿐 더 이상의 중대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게 된 것이다.휴전 논의는 전선교착 이전부터 있었다. 1950년 12월 인도를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아랍 13개국이 양측에 휴전을 제안했다. 12월 초 트루먼 미국 대통령과 애틀리 영국 수상이 만나 유럽의 안보이익을 우선하기 위해 동아시아에서의 전쟁은 확대하지 않고 한국전쟁은 38선에서 종결짓기로 했다. 미국은 내부적으로도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휴전을 고려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중국 역시 신생국가로서 무한정 전쟁에 빠져들 수 없었다.
이 기간의 전투에서 6만6000여 명이 전사했다. 대략 한 달에 1만 명씩, 하루에 300 명씩 전사했다. 지지부진한 휴전협상에 전선의 남북에 배치된 수만 명의 목숨을 갈아 넣었다. 남한의, 북한의, 미국의, 중국의, 프랑스와 그 외의 많은 국가에서 온 젊은 장병들을 무기고의 총탄과 다를 바 없이 기계적으로 전선에 밀어 넣은 것이다. 정치란 게 그렇고 전쟁이란 게 그렇다고 하기엔, 가슴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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