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가 박선영 사단법인 물망초 이사장을 차기 위원장으로 내정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박선영 이사장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공개하며, 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차기 위원장 임명을 앞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김광동 위원장이 인계자로, 박선영 사단법인 물망초 이사장이 인수자로 기재된 사무인계·인수서를 내부에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박 위원장이 차기 진실화해위 원장으로 내정됐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보수 인사로 분류되는 박위원장은 최근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규탄 움직임을 외려 비판하는 듯한 글을 올려, 과거 비상계엄 사건을 다루는 진실화해위 원장으로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진실화해위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운영지원과는 지난 3일 위원장 사무인계·인수서를 전 부서에 보내 각 항목 작성을 요청했는데, 인계자란에는 김광동, 인수자란에는 박선영의 이름을 기재했다. 11월26일 초안을 배포할 때만 공란으로 기재됐던 이름이 박선영 이사장으로 적시된 것이다. 이 문서를 배포한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차기 위원장 임명에 대해 공식적인 통보는 받지 못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복수의 후보가 인사검증 중이지만 박선영 후보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의 한 직원은 “9일에 임명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가 변수가 될 수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선영 이사장은 2008년 자유선진당 대변인으로 정치에 입문해 18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2018년과 2022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해 낙선했으며 올해 서울시 교육감 선거 때는 조전혁 후보를 도왔다. 2012년부터는 국군포로와 북한이탈주민을 지원하는 민간기구인 ‘물망초’를 설립해 운영해왔다.박 이사장이 유력한 차기 진실화해위원장으로 짚히며,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놓는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란행위 즉각수사’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야당 의원들 사진을 싣고, “핑계가 좋다. 요때다, 싶은가보다”라며 비상계엄 반대 운동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 회피용’이라고 암시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 전날에도 박 이사장은 계엄 사태를 언급하며 “앞으로가 큰일이다. 피바람이 눈에 보인다. 이상한 대열과 대오도 짜여질 것 같고”라는 글을 올려 반대 운동 움직임을 외려 우려하는 듯한 글을 썼다.
진실화해위는 은폐된 국가폭력의 진실을 규명하려는 취지로 설립된 기관으로, 그동안 진실규명된 사건 중에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기 비상계엄에 근거한 포고령에 의해 불법구금되거나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들이 적지 않다. 진실화해위 한 직원은 “진실화해위 위원장 유력 후보인 줄을 알면서도 어떻게 이런 명백하게 부적절한 페이스북 활동을 할 수 있나. 혹시 진실화해위가 무엇을 하는 기관인 줄 모르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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