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팔각모 얼룩무늬 바다의 사나이 (중략) 불바다 헤쳐간다, 우리는 해병” 지난 9월 ...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9월 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보직해임 집행정지 신청 첫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9월 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후문. 빨간 티셔츠를 입은 해병대 예비역 남성들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마주보고 부른 군가 ‘팔각모 사나이’다. 이후 실시된 군사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박 대령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보수언론까지도 영장 청구가 무리였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주간경향은 박 대령이 제기한 수사외압 의혹을 ‘억울함 죽음’과 ‘책임’이라는 열쇳말을 중심으로 다시 짚어봤다. 박 대령을 향한 항명 수사 뒤에는 채 상병 순직 사건이 있고, 채 상병 순직 사건은 오송 참사와 지난해 여름 폭우로 인한 인명 피해, 나아가 이태원 참사와도 기묘하게 엮여 있다. 일련의 사건들에서 우리는 책임을 부인하는 권력의 문제를 맞닥뜨리게 된다.채모 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 이첩 과정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지난 7월 31일이다. 전날 국방부 장관 결재까지 순조롭게 마친 그는 이날 예정된 언론브리핑이 취소됐다는 얘길 듣게 된다. 그리고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혐의자와 혐의내용을 삭제해 이첩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이날 저녁엔 지시자는 불분명하나 ‘ 바둑판식으로 무릎 아래까지 물속에 들어가서 찔러보면서 정성껏 탐색하라’는 등 조금 더 구체화된 지시가 전파된다. 또한 중대장으로부터 “내일 7대대 총원 허리까지 강물 들어갑니다. 휴대폰 침수 조심합시다”라는 지시가 전달됐다. 군인권센터는 “이전까지는 물에 들어갈 계획이 없었다가 사단 지시로 사고일인 19일부터 물에 들어가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설명한다. 이날 채 상병이 소속된 부대는 결국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채 허리까지 입수해 바둑판 대형으로 수색을 벌였다.채 상병 순직 이후 해병대 수사단 조사에서 임성근 사단장은 이렇게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부대가 물에 들어간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은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고, 해당 부대가 자체 판단한 것이며 그것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사단장 등 8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라고 보고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방부 장관을 연결하라고 한 뒤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질책했다.” 박 대령이 사령관을 통해 들은 윤 대통령의 격노와 질책이 구체적으로 담긴 대목이다. 임성근 사단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경북 예천에서 장갑차를 투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동유럽 순방을 마치고 찾은 곳도 경북 예천이었다. 윤 대통령은 순식간에 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14명이 목숨을 잃은, 인재임이 분명한 오송 참사현장은 찾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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