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인사이트 구독하기 http://www.economyinsight.co.kr/com/com-spk4.html 집이건 명품이건 미술품이건 돈은 얼마든지 있는데 무얼 사야 할지 잘 모르겠을 때 요즘 사람은 그냥 ‘제일 비싼 걸 사라’고 권한다. 가치가 높을수록 비
2023년 9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을 찾은 관람객들이 쿠사마 야요이 작품 〈호박〉을 살펴보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 구매자가 주로 찾는 쿠사마의 작품은 초기 작업이 아니라 그의 작업이다. 연합뉴스집이건 명품이건 미술품이건 돈은 얼마든지 있는데 무얼 사야 할지 잘 모르겠을 때 요즘 사람은 그냥 ‘제일 비싼 걸 사라’고 권한다. 가치가 높을수록 비싼 가격이 책정된다고, 즉 가격이 가치를 반영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같은 양극화 시대에 제일 비싼 것을 사라고 할 때, 그 가격이 단순히 가치만 반영하는 것일까? 시장에서 거래되는 미술작품의 경우 미술사학자로서 평가하는 가치와 어긋난 가격이 형성되는 사례가 빈번한데, 이때의 시장 가격은 전문가들이 평가한 가치를 반영하기보다는 시장의 이해에 따라 움직인다.
최근 미술시장에서 거의 화폐와 같은 유동성을 가진 이우환 작가의 작품을 예로 들어보자. 이우환은 1969년 일본의 미술평론가 등용문인 미술잡지 의 예술평론 공모에 당선돼 평론가로서 활동을 시작했고, ‘모노하’로 불리게 되는 일군의 작가들의 이론적 리더 역할을 담당했다. 이후 한국, 프랑스 파리 등을 오가며 설치 작업 위주의 일본 모노하와 차별화된 회화 작업인 와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 작업은 1960년대 서구에서 유행했던 시스테믹 회화, 하드에지 회화 등으로 불린 미니멀한 회화 양식과 유사해 서구 주류 미술계와 동시대성을 확보하는 한편, 한국적이고 동아시아적인 담론에 기대며 서구와의 차이를 드러냈다. 이를 통해 그는 일본 모노하에 이어 한국 단색화의 이론가이자 작가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이후 그의 작업은 와 을 거쳐 현재는 시리즈에 이르고 있다.이런 흐름으로 보면 와 는 그의 작업 중에서 미술사적인 가치가 가장 크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오히려 최근작인 가 더 인기가 있다.
최근 시장에서 이우환보다 더 핫한 일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사례도 유사하다. 쿠사마는 1957년 미국으로 건너가 도널드 저드, 프랭크 스텔라 등과 교류하며 퍼포먼스와 해프닝, 스펙터클한 환경작업, 부드러운 조각 등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뉴욕에 정착한 1950년대 말부터 선보인 그의 회화 〈무한망〉 시리즈는 추상표현주의적인 대형 화면과 자유로운 붓질을 사용하면서 1960년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시스테믹 회화의 모노크롬과 체계적인 반복을 구사한다. 따라서 그의 초기 회화는 서구 미술사의 이른바 주류의 이행 과정을 정확히 보여주는 작업으로서의 미술사적 중요성과 가치를 지닌다.그런데 최근 시장에서 구매자가 주로 찾는 쿠사마의 작품은 초기 작업이 아니라 그의 작업이다. 작가는 개인적 경험으로 인해 호박에 특별한 애정을 갖게 됐고 수많은 호박 작품을 남겼다.
미술 전문가들은 작품의 가치를 평가할 때 작가나 갤러리의 금전적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작가와 갤러리가 참여하는 시장은 이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미술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자와 가격을 책정하는 자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은 미술시장의 평가인 가격이 작품의 가치를 반영하지 않게 되는 주된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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