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의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지지하는 내용을 담은 한미 공동 설명자료 발표. 하지만,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전제돼야 하며, 국내외 여러 난제 해결이 필요.
14일 공개된 한·미 ‘공동 설명자료’에 한국의 농축·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미국이 '지지한다'는 문구가 포함되면서 미국이 처음으로 한국의 자율적 ' 핵연료 주기 ' 완성을 지지할 가능성을 명문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런 절차를 현실화하려면 결국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난제가 여럿 남았다는 뜻이다.설명자료에는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한다는 것을 전제로"미국은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2035년까지 유효한 현행 협정의 조기 개정이 전제돼야 성립 가능한 문안이라고 분석했다. 현행 협정은 농축에 대해선"양자 고위급 위원회 협의에 따라 서면 합의로 20% 미만에 한해 농축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고, 재처리에 대해선"당사자들이 서면으로 합의하는 경우에만 이뤄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축은 제한적으로 협의에 따라 가능하고, 재처리는 사실상 금지된 것으로 평가됐다. 양국이 이런 현행 협정에 대한 조기 개정에 착수한다는 대목은 이번 설명자료에 없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관련 브리핑에서"어드저스트"라는 표현을 쓰며 "얼마만큼 조정할지는 협의 결과에 따라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협정 개정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협상 상황에 밝은 한 외교 소식통은 “팩트 시트에 담긴 농축과 재처리 파트 모두 협정 개정이 돼야 가능한 사안”이라며 “한국이 미국산 핵물질로 자체 농축을 하게 될 경우 핵무장 우려가 제기될 수 있어 미국이 비확산 차원에서 여러 조건을 우선 붙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승인’이 아니라 ‘지지’만을 표명했으며, 그마저도 ‘미국 법적 요건 준수’, ‘귀결될 절차’ 등 단서를 달았다”며 “한국이 자율적 핵연료 주기 확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미국 국내법과 기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라는 큰 장벽을 넘어야 하는 만큼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농축 분야와 달리 재처리는 문턱이 훨씬 높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라늄 농축의 경우 농축도 60%는 돼야 준무기급, 90%는 돼야 무기급으로 간주하는 만큼 평화적 이용 범주인 20% 미만에서는 핵무기 전용 우려도 비교적 낮다.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을 통해 농축·재처리에 대한 ‘포괄적 사전동의’를 확보한 일본의 경우 20% 미만 농축은 미국과 건건이 합의하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재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플루토늄은 핵무기로 바로 전용될 수 있다. 정부는 산업적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농축에 비해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 핵무기 전용 우려가 없는 재처리 기술 확보를 위해 파이로프로세싱 공동연구를 10년간 미국과 진행했지만, 결과는 봉인된 채 사실상 중단돼 있다. 또 한국이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 포화를 이유로 드는 것과 관련, 미국은 특수강철용기 보관 등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미국을 상대로 한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 협상만큼 국내 여론 관리와 시설 확보 문제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당장 이를 핵무장을 위한 잠재력 확보로 연결시키는 주장은 국제적 우려를 살 수 있다. 권한을 얻는다 해도 인구 밀집도가 높은 한국에서 관련 시설을 설립하기가 쉽지 않아 이와 관련한 국내 정치적 논란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원자력에 대한 평화적 이용 확대가 미국 산업에도 이익이 된다는 점을 전략적으로 명확히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평가다. 심상민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국으로서 한국이 미국의 농축 우라늄 공급 능력 확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며"한국에 농축 시설을 건설해 저농축 및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을 미국 수요처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상정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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